“게임도 좋지만 우린 딱지치기가 더 재밌어요”[현장에서]
전주 한옥마을 ‘우리놀이터 마루달’ 가보니
“딱지부터 사방치기까지 너무 재밌네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전통놀이할 공간이 있어 너무 좋아요.”
지난달 2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우리놀이터 마루달’은 전통놀이를 체험하기 위해 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경기 부천에서 온 이경용씨(38)는 딱지 한 장을 땅바닥에 놓고 다른 딱지를 들고 팔을 높이 들어 힘껏 내려치며 딱지치기 재미에 빠졌다. 여덟 살 딸 하윤양도 딱지가 뒤집히자 환호성을 지르며 “아빠, 또 해요”라고 졸랐다.
스마트폰 게임 등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전통놀이의 재미와 향수를 한껏 선사하는 놀이터가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라져가는 고유의 전통놀이 문화를 복원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곳. 전주시 한옥마을에 있는 전통놀이 전용공간인 ‘우리놀이터 마루달’이다.
‘마루달’은 순우리말인 ‘마루’와 ‘달’이 결합한 말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마루가 있는 공간, 한옥의 지붕마루 끝에 달이 걸려있는 공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 9월 전국 최초 전통놀이 전용공간으로 문을 연 ‘마루달’은 전통 놀이 생활화·대중화·보급화 등을 위해 전통·융합(미술·국악 등) 놀이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루달’은 판놀이인 쌍륙·고누부터 마당놀이인 제기차기·사방치기·공기놀이·비석치기를 즐길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고문헌에 나오는 전통놀이 종목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삼국시대 꼭두각시놀음을 비롯해 통일신라 시대 19종목, 고려 시대 10종목, 조선 시대 59종목(조선전기 17종목, 조선 후기 42종목), 20세기 초에 나타난 5종(줄넘기, 가위바위보, 오뚝이, 손뼉치기, 술래잡기) 등 93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은 전래놀이 자격증을 갖춘 4명의 전문 지도사의 안내로 놀이가 진행된다.
고누판을 꺼낸 김아진 전래놀이지도사(25)는 게임을 하기 전에 참여 가족들에게 고누는 땅에 판을 그려 돌·풀잎 등을 말로 삼아 두 편으로 나누어 말을 많이 따거나 말 길을 막는 것을 다투는 놀이로 고니·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김 지도사는 “고누는 별다른 도구 없이 두 사람만 되면 놀 수 있어 전국 어디서나 대중적으로 즐겼다”면서 “서민적인 놀이다 보니 자세히 다룬 문헌이 많진 않지만 10세기 초 황해도 봉천군 원산리 청자 가마터에서 참고누판이 발견돼 고려 초에는 이미 고누가 성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사위로 하는 ‘체스’ 쌍륙놀이는 백제 시대부터 양반사회에서 즐겼던 놀이로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긴 우리의 전통놀이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1000만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이 전통문화와 거리가 먼 외국 길거리 음식과 전동차가 점령하면서 정체성이 훼손되고 상업주의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마루달’은 가장 전통적이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체험객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족들과 여행 왔다는 한 체험객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딱지치기’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딱지치기를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어 신기했다”면서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친구들과 함께 딱지치기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루달’은 절기별 세시풍속과 연계한 연중 우리 놀이 이벤트, 전국 공모전 등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3만4319명이 다녀갔으며, 방문객 99%가 재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곳은 전북 체험객들보다 다른 지역 방문객이 더 많다. 2022년 방문객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이 23%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가 21.8%, 전북 8.8%, 대전 5.8%, 대구 1.2%, 기타 지역이 39.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은주 한복놀이팀장은 “우리의 우수한 전통 놀이 문화가 어릴 적부터 교육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면서 “마루달에서 개발한 전통놀이 현대화 콘텐츠가 전 국민에게 친숙한 전통놀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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