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고소 113일만에 구속”…‘지연된 정의’에 두 여중생 극단선택

오남석 기자 2023. 11. 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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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부가 여중생 의붓딸과 그의 친구를 성폭행해 두 여중생을 극단 선택으로 내몬 사건 배경에는 경찰과 검찰의 늑장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 고소장 접수 뒤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검찰의 잇단 영장 반려로 가해자 구속까지 113일이나 걸렸는데, 그 사이에 두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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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여중생 성폭행 사건 수사보고서 공개
유족, “제때 수사했다면 살았을 아이들” 울분

계부가 여중생 의붓딸과 그의 친구를 성폭행해 두 여중생을 극단 선택으로 내몬 사건 배경에는 경찰과 검찰의 늑장 대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 고소장 접수 뒤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검찰의 잇단 영장 반려로 가해자 구속까지 113일이나 걸렸는데, 그 사이에 두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여중생 유족들은 수사당국의 부실·늑장 수사를 성토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여중생 관련 경찰 수사 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피해 여중생 중 한명인 A양 유족이 청주지검으로부터 받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는 3차례에 걸쳐 성폭행 가해자인 계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모두 반려했다.

경찰은 2021년 3월 10일 처음으로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A양 유족이 그 해 2월 1일 피해를 호소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B씨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한차례 받은 점으로 미뤄 도주 우려 등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8일 뒤인 3월 18일 경찰은 다시 B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에도 △피해자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녹화하지 않는 등 절차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지인들과 이 사건에 대하여 주고받은 문자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11일 경찰이 성범죄 피해가 의심된다는 병원 진료기록부 등을 추가로 첨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진술 분석 등을 요구하며 다시 한번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결국 두 여중생은 5월 12일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고소장 접수 113일 만인 5월 25일에야 발부됐다. 이미 두 여중생이 숨진 지 13일이 지난 뒤였다.

수사보고서를 본 A양 유족은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한 점, 검찰이 피해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임해 수사가 지연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영장 발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신속하게 분리됐더라면 두 여중생이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유족 측은 공개된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유족 측이 수사보고서를 입수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앞서 대전고법 청주 제1행정부는 A양 유족이 청주지검을 상대로 낸 정보 부분 공개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수사보고서 일부를 공개할 것을 명령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가해자 B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친딸이 새 남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딸을 보호하지 않는 등 양육을 소홀히 한 친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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