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안경’ 기시다 총리 별명, ‘감세 거짓말 안경’으로

이윤정 기자 2023. 11. 2. 15: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증세 안경’에 이어 ‘감세 거짓말 안경’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지난해 기시다 총리가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면서 세금을 올리자 누리꾼들이 ‘증세 안경’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최근 반대로 ‘감세’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렌드에 ‘감세 거짓말 안경’ 별명이 상위권으로 올라온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내건 감세안이 사실상 국민들에게 호응을 일으키지 못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해석했다.

2일 교도통신·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등 현지 매체들은 기시다 총리가 감세를 내걸었음에도 지지율이 최저치로 하락하고 있는 현상을 짚으며 국민들이 기시다 정부의 정책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누리꾼들 사이에서 기시다 총리의 별명은 ‘증세 안경’이었다. 지난해 말 기시다 총리가 방위비 증액에 쓰일 재원을 얻기 위해 법인세, 소득세, 담배세를 올리자, 누리꾼들은 각종 정책을 증세로 해결하려 한다며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을 비꼬아 이런 별명을 붙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감세 거짓말 안경’이다.

이같은 별명이 붙은 데는 최근 기시다 총리가 발표한 감세 정책의 실효성에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최저치를 찍자 감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득세 등을 연간 4만엔(약 36만원) 줄여 주고 저소득층 등 비과세 대상자에게는 연간 7만엔(63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1인 가구 기준 연봉 100만엔(890만원) 이하, 4인 가구 기준 연봉 255만엔(2278만원) 이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국민들 사이에서 역효과를 내고 있다. ‘4만엔 감세’는 법 개정이 필요해 내년 6월 이후에나 실행에 옮겨질 수 있지만, 지원금 지급은 정부가 예산을 수립하는 즉시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일하면 지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같은 굴욕적인 별명에 대해 기시다 총리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신생정당 레이와신센구미 소속 야마모토 타로 참의원이 전날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최근 SNS 상에서의 별명을 빗대 “별명이 ‘증세 빌어먹을 안경’으로 진화한 정치인이 있는데, 누군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기시다 총리는 쓴 웃음을 지으며 “알지 못한다”면서도 “인터넷 상에서 나를 ‘증세 안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V도쿄와 공동으로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보다 9% 포인트 하락한 3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 포인트 증가한 59%로 집계됐다. 민영 방송사인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도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이전 조사보다 3.8%포인트 하락한 26.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 수치 모두 2021년 10월 기시다 총리가 집권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일본 정계에서는 지지율과 여당 합산 지지율이 50%를 밑돌 경우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만큼 기시다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다만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총리와 자민당은 선거에 유리할 때 중의원을 해산하는 ‘전략적 해산’을 해왔다”면서 “타이밍만 잘 잡으면 선거에서 또 이길 수 있게 되고, 일본의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