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장착한 요스바니, 삼성화재 ‘돌풍’ 이끈다
화려했던 만큼 초라했다. 프로배구 남자부의 ‘명가’ 삼성화재가 몰락의 길을 걷던 순간이 그랬다. 삼성화재는 2005년 출범한 V리그에서 2014~2015시즌까지 매년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8번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전통의 강호였다.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정상을 동시 석권하는 ‘통합 우승’을 5차례나 맛봤다. 높이 날았던 만큼 추락하는 속도도 빨랐다. 2015~2016시즌부터 서서히 전력이 약화한 삼성화재는 2020~2021시즌 기어이 리그 최하위로 고꾸라졌고, 지난 시즌도 꼴찌로 리그를 마감했다.
무기력의 늪에 빠져있던 삼성화재가 마침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올 시즌 첫 경기 상대였던 우리카드에 패배한 이후 거침없이 4연승을 질주 중이다. 현대캐피탈, OK금융그룹, KB손해보험을 3연속 셧아웃(3-0 승리)으로 제압했을 만큼 쉬이 잦아들 돌풍이 아니다. 명가 재건의 선봉에는 ‘주포’ 요스바니 에르난데스(32·등록명 요스바니)가 있다.
요스바니는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원정 경기에서 홀로 32점을 책임지며 팀의 3-0(25-22 25-22 25-23) 완승을 이끌었다. 힘으로 상대 블로커를 뚫는 파괴력과 코트 빈 곳을 정확하게 찌르는 완급 조절 등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뽐냈다. 경기 뒤에 만난 요스바니는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많은 득점을 올려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요스바니는 이미 V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경력자’다. 2018~2019시즌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 소속으로 V리그에 데뷔했고, 현대캐피탈을 거쳐 2020~2021시즌에는 통합 우승팀 대한항공에서 활약했다. 이후 스페인 등 해외리그에서 뛰다가 삼성화재에 합류한 그는 올 시즌 5경기에서 공격 성공률 55.91%로 136점(리그 3위)을 올리는 등 팀의 확실한 1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요스바니는 “공격 점유율이 높아도 전혀 부담감이 없다”며 “오히려 많은 득점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좋다”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요스바니는 V리그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고자 비시즌 휴가 기간에도 비치발리볼을 하며 배구 감각을 유지했고, 근력 운동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원래 열심히 했던 선수지만, 배구에 더욱더 진심이 됐다”며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큰 선수다. 절실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온 만큼 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스바니의 목표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소화하며 팬들에게 ‘이기는 배구’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는 배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매우 많다. 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한 시즌을 뛰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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