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 명예회장 ‘논란의 경영 복귀’

물러난 지 6개월 만에 금호석유화학 계열사 대표이사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회장직을 유지해 논란을 빚었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6개월 만에 복귀했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취업 제한 등의 법적 제약에서 벗어났지만, 도덕성 논란과 함께 준법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사인 금호미쓰이화학은 2일 등기임원 자리인 대표이사에 박찬구 회장을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1989년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투자회사로, 폴리우레탄의 원재료인 엠디아이(MDI)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3천억원대로, 그룹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한다. 회사 쪽은 “대표이사 선임은 공동 대표를 맡은 일본 미쓰이화학 쪽에서 두 회사 파트너십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박 회장의 인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박 회장은 지난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지 6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4남으로,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47년 동안 석유화학 업계에 몸담았다.

2018년 12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돼 2025년 말까지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으나,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되며 취업 제한이 풀렸다.

하지만 배임죄와 함께 취업제한 규정 위반으로 논란을 빚은 만큼 박 회장의 복귀를 보는 시각은 좋지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21년 5월 박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배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대표이사직에 복귀한다는 것은 대단히 부도덕하고 준법경영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30년 넘게 한·일 두 석유화학 기업이 견고한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 분으로 합작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뿐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그룹 경영은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이끌어왔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