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전국 지자체, 통합기금 ‘저금리’ 방치해 연 1000억 손실 추정”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통합재정 안정화 기금’(통합기금) 자금을 저금리 상품에 예치해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지방 정부의 재정 운용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5월 전국 220개 지자체의 통합기금 관리·운용 실태를 조사해 이러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통합기금은 지자체가 일반·특별회계와 각종 기금의 장·단기 여유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운용되며 지난해 기준 총 31조4035억원이 조성돼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 통합기금 운용 자금이 0~1%대 저금리 예금 계좌에 방치돼 충분한 이자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지자체 30곳 대상 표본조사 내용을 보면 이자 규모는 주로 2~4%대 예금 계좌에 예치할 경우 받을 수 있던 금액보다 70억6301만원(6개월치) 덜 확보됐다. 이러한 ‘이자 손실’을 220개 지자체로 환산하면 연간 총 1035억908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통합기금을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 계좌’에 보관한 지자체는 26곳으로 집계됐다. 통합기금은 공금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입·출금이 제한되는 ‘공금예금 계좌’에 관리해야 한다.
세입 감소와 재난·재해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기금 내 ‘재정 안정화 계정’ 자금 적립은 부실했다. 자금을 적립하지 않거나 과소 적립하는 사례가 있었으며 적립 관련 사안을 심의한 지자체는 16곳에 불과했다. 적립 요건을 과도하게 설정해 사실상 적립이 불가능한 지자체는 36곳이었다.
통합기금 운용심의위원회는 부적절하게 운영돼왔다. 지자체 118곳은 기금 통합 심의위가 아닌 일반 심의위에서 업무를 처리해 법률을 위반했다. 민간위원 상당수가 기금 분야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군에 종사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들과 협의해 통합기금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고금리 상품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규정을 조례에 신설하고 입출금이 제한되는 공금예금 계좌를 운용토록 했다. 심의위가 재정 안정화 계정 적립 사항을 심의하고 적립 기준을 완화하도록 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행안부와 대다수 지자체는 기관 협의 과정에서 제도 개선안에 적극 공감하고 수용 의견을 표시했다”며 “내년 6월까지 권고사항 이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는 올해 중앙정부의 역대급 세수 결손으로 재정 건전성 강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부 재정 관리를 내실화해 건전성을 일부 확보하려는 취지로 평가된다.
정 부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전국 지자체의 통합기금 관리 부실로 발생한 연간 이자손실 1000억원 상당의 추가 재정수입이 예상된다”며 “지방정부가 공적자금을 소홀히 관리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재정 누수 방지에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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