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오르는데 재생에너지株는 폭락사태…“떨어지는 칼날 잡지 마라”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11. 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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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뉴욕증시 솔라엣지 시간 외 -19%
태양광 대장주 올해 주가 70% 폭락
재생에너지 확장 속 관련주 하방압력
유럽증시에선 외르스테드 26% 급락
지멘스에너지등 풍력 간판주 패닉셀
사진출처=솔라엣지
글로벌 증시에서 재생에너지 간판 기업 주가 급락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에 무게를 두고 환호하는 분위기이지만 태양에너지 관련주만큼은 또 다시 매도세에 휩싸였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에너지 시장에서 태양광 발전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압박과 더불어 중국산 저가 장비 탓에 기업들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풍력 발전 기업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1일(현지시간) 본거래와 시간 외 거래에서 솔라엣지 주가 흐름
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태양광 인버터 업체인 솔라엣지(SEDG)와 엔페이즈에너지(ENPH)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약 19%, 5% 급락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솔라엣지가 부진한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함과 동시에 태양 에너지 시장 부진을 이유로 시장 기대를 밑도는 4분기 목표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실적 발표에 앞서 지난 달에도 이례적으로 경영 악화와 관련한 경고음을 내왔다.

우선 솔라엣지 3분기 실적을 보면 회사 매출은 7억2500만달러, 1주당 순이익(EPS)는 0.55달러로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기대치(매출 7억6800만달러·EPS 0.89달러)를 밑돌았다.

매출은 분기별 27% 급감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13% 줄었다.

즈비 랜도 솔라엣지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유럽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재고 급증을 경험했으며 미국에서도 태양광 패널 설치율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4분기 매출 목표치를 3억~3억5000만달러 선으로 제시했다. 이는 3분기의 절반을 밑돌 뿐 더라 월가 기대치(평균 6억8800만달러)도 대폭 밑도는 수준이다.

솔라엣지는 지난 달 19일에도 3분기 매출 목표치를 하향(8억8000만~9억2000만달러→7억2000만~7억000만달러)로 하향하는 등 실적 부진을 예고한 탓에 주가가 30% 이상 급락한 바 있다.

회사 주가는 올해 1월 이후 연중 약 73% 급락했다.

엔페이즈 주가 연중 흐름
미국 대형 태양광 인버터 업체인 엔페이즈 주가도 나날이 저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분위기다. 회사 주가는 올해 1월 이후 연중 약 70% 떨어진 상태다.

앞서 지난달 26일 회사는 뉴욕증시 마감 후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시장 기대를 밑도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태양광 장비·배터리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엔페이즈가 제시한 4분기 매출 목표치는 3억~3억5000만달러로 이는 월가 예상(평균 5억7900만달러)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바드리 코산드라만 엔페이즈 CEO 는 부진한 실적에 대해 “거시경제적 상황 탓에 미국에선 최대 태양광 패널 시장인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매출이 16% 줄었으며 유럽에선 34% 급감했다”면서 “유럽의 경우 프랑스·독일·네덜란드 수요 둔화와 재고 증가 탓”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시
이는 미국·유럽 친환경 에너지 시장이 겉으로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속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커링 에너지 차트너스의 케빈 폴라드 연구원은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주택 업계도 고금리 탓에 태양광 패널 설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이며 내년에도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티 측은 “재생에너지 관련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에 증시에서 투자 수요가 몰렸으나 태양광 시장에서 수요가 제한되면서 선파워를 비롯한 태양광 관련주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티는 솔라엣지에 대해서도 12개월 목표 주가를 기존 248달러에서 187달러로 낮췄다.

월가는 유럽의 경우 중국산 저가형 장비가 유입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재고가 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의 경우 고금리 부담 외에 미국 내 최대 재생 에너지 시장으로 통하는 캘리포니아 주가 올해 4월부터 주택 소유주에 대한 태양광 패널 보조금 상한을 낮추는 식으로 지원을 줄였다는 점도 압박 변수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학교나 농장 등 대규모 공동 시설에 대해서도 태양광 발전 인센티브 예산 삭감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따랐다.

1일(현지시간) 외르스테드 주가
한편 1일 덴마크 코펜하겐 증시에서는 세계 최대 해상 풍력 발전사인 외르스테드(ORSTED) 주가가 이날 하루 약 26% 급락했다.

회사가 미국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 2개를 포기한다고 밝힌 탓이다. 회사 주가는 올해 연중 61% 떨어졌다.

이날 외르스테드 측은 “고금리에 따른 차입 비용 증가와 공급망 문제, 세액 공제 사항 변경으로 인해 뉴저지 해안 오션 윈드 1·2 개발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것이며 미국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서 8월 ‘더욱 부정적인 상황’을 예고하며 프로젝트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서드 브릿지의 루이스 나이트 연구원은 “유럽 풍력 발전 기업들이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증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는 풍력 터빈 간판기업인 독일 지멘스에너지(ENR)도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약 32% 급락했다.

지멘스 측이 사업 손실을 이유로 재생에너지프로젝트와 관련해 독일 정부에 최대 150억 유로의 보증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자금 압박이 부각된 영향이다. 회사 주가는 올해 1월 이후 연중 52%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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