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제재”, “아주 부도덕”…尹 융단폭격에 ‘좌불안석’ 카카오
금감원·공정위·중기부 조사에 국민연금까지 압박 태세
정작 정부는 플랫폼 규제 완화 입법 준비 중…엇박자 논란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그룹 수뇌부가 각종 조사와 수사 대상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카카오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카카오의 미래에 먹구름이 한층 짙게 드리워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특정기업을 꼭 집어 비판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사·수사에 둘러싸인 카카오…자고 일어나면 압박 수위↑
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정 의혹으로 사법리스크에 빠진 가운데 대통령의 공개 비판이 나오면서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라면서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자리에 참석한 택시기사의 콜 수수료 관련 호소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전례 없이 강경한 어조의 비판이었다. 화들짝 놀란 카카오모빌리티는 윤 대통령 발언 직후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현재 정부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카카오 자회사 3곳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이 접수된 상태다. 골프 사업 계열사 카카오VX는 경쟁사 '스마트스코어' 기술 탈취 의혹을, 카카오헬스케어는 경쟁사 '닥터다이어리' 서비스를 도용 의혹을 받고 있다.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인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의 기술을 빼앗아 화물 중개 서비스 '카카오T트럭커'를 출시하려고 한다면서 공정위와 중기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도 3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이 운수회사와 각각 맺은 '업무 제휴 계약'과 '가맹 계약'을 동일하게 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렸다고 봤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이 별개라 20%의 로열티를 전부 매출로 인식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카카오모빌리티에 칼을 빼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콜)을 매칭하지 않고 차단했다는 혐의로 최근 제재 의견을 낸 것이다. 향후 전원회의를 통해 제재 여부 등이 심의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공정위는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만 우대했다는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한 상태다.
카카오를 향한 압박에 연기금도 가세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보유 지분도 카카오 6.36%→5.42%, 카카오페이 5.02%→4.45%로 줄였다.
'단순투자'는 단순 의결권만 행사하지만,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식이면 쿠팡도 갤럭시도 때려 잡아야" 與 비판도
당국의 각종 수사와 조사에 이어 연기금까지 카카오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발언의 적절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특정기업을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비판한 경우는 상당히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인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는 특히 플랫폼 산업에 대해 '혁신적이고 공정한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 조성'과 '디지털 신산업 이용자 보호'라는 국정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를 보장하는 입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기업들이 민간 플랫폼 자율기구나 자체규율을 통해 건전한 거래환경 조성, 혁신 촉진, 이용자 보호, 상생협력 등에 관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에서 이러한 자율규제 활동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민간 기업들의 자정 노력에 맡겨 유지하는 '자율규제' 기조의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 규제 완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비판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지난 1일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나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보수가 맨날 하는 게 규제 풀겠다는 거 아닌가. 카카오택시를 지목하면서 언제는 규제 풀겠다고 하고 지금은 독점하니까 (제재하겠다고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원래 IT나 플랫폼 사업은 성과가 독점으로 나타난다. 이(윤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조금 있으면 쿠팡도 때려잡아야 하고, 갤럭시(삼성 휴대폰)도 때려잡아야 한다"면서 "이거(카카오택시 제재)를 지금 보수 진영의 대통령께서 꺼내셨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기업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제약을 가할지 기대가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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