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했는데 대출금리 어디로···“당분간 하방 요인 안 보여”

최희진 기자 2023. 11. 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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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광고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당분간 대출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돼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4.580~6.289%, 고정(혼합형) 금리는 4.39~6.37%다. 대다수 차주에게 적용되는 최저금리가 한 달 전보다 올랐다. 지난달 4일 변동금리는 4.240~6.231%, 고정금리는 4.00~6.94%였다.

이 기간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3.66%에서 3.82%로 올랐고,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4.795%였던 은행채 5년물은 이달 1일(4.734%)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 그러나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유의미한 수준의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우선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발맞춰 대출 가산금리를 올린 상황이다. 지난달 4대 시중은행과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달 대비 약 3조5000억원 급증하는 등 고금리에도 가계부채가 증가하자 당국은 고삐 죄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은행권은 시장금리(코픽스·은행채)가 하락하더라도 가산금리(대출금리 중 은행 이익에 해당하는 부분)를 올려 전체 대출금리 수준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10~11월 은행권이 4%대 고금리로 판매했던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대출금리를 높이는 요인이다.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 은행은 자금 조달을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거나 은행채를 발행하는데, 이것이 코픽스를 밀어 올리게 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정기예금·은행채의 가중평균금리다. 이날 현재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4.05%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코픽스가 오르는 추세여서 앞으로 2~3개월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가 이미 많이 올라온 상태라 상승폭이 크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더 저렴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차주가 많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출금리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거나, 은행이 소상공인들에게 갑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어서다.

B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라는) 금융당국의 방침과 윤 대통령의 발언이 엇갈려서 혼란스럽다”며 “시장금리는 소폭 뛸 수도 있으나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현재로선 대출금리의 방향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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