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해경 지휘부 무죄 판결로 국가에 책임 물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이 2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업무를 소홀히 해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양경찰청 지휘부의 무죄를 확정하자 유족들은 “재난 참사 발생 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며 반발했다.
유가족 단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핑계와 책임회피로 일관한 해경 지휘부에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재판부는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왜 파악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어떤 지시도, 구조 계획도 세우지 않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사법부가 남기고 말았다”고 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0여명의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죽여도 죄가 없다고 한다면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몇 명이 죽어야 죄가 있다는 것이냐”며 “지금은 (해경 지휘부를) 처벌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시민들에게 ‘참사가 발생해도 자신의 생명과 안전은 알아서 지켜라, 참사를 당하는 건 네 잘못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좁은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면죄부를 주는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 때문에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며 “사법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해온 이들의 잘못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고 했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간부 11명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2020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김 전 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퇴선 명령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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