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린 불법 공매도 진짜 잡아낼까…타깃은 어디

우연수 기자 2023. 11. 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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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점 발견 가능성 높은 외국계 기관·기간·종목부터 조사
JP모건 창구, 바이오 집중 공매도…개미들 "수년간 불법 행위" 민원 제기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가운데 공매도 보유 잔고가 높은 외국계 증권사로 관심이 쏠린다. 국내 주식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에 이름을 올린 투자자가 대부분 이들 글로벌 IB들인 만큼, 이들에 대한 불법 공매도만 제대로 잡혀도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글로벌 IB 전수조사에 착수해 이미 두어곳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홍콩계 BNP파리바와 HSBC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잡아낸 데 이어 글로벌 IB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이 글로벌 IB에 주목한 이유는 이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서비스를 이용해 국내 주식을 공매도하는 외국인이 많아서다. 국내에서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압도적인 가운데 적발된 불법 공매도의 외국인 비중도 70%를 넘는다.

금감원은 검사에 착수하는 기관의 2021년 5월 공매도 자료를 모두 제출 받아 조사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이상 거래가 혐의가 드러난 종목에서 조사가 시작돼 해당 종목의 거래만 핀셋으로 살펴보면 됐지만, 이번엔 약 2년이 넘는 기간 수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이뤄진 공매도를 모두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양이 방대한 만큼 가장 혐의점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 기관·기간·종목부터 잘라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공매도 거래량과 잔고 역시 조사 기관 선정의 기준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목별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외국계는 10개 남짓이다. 한국거래소는 매일 종목별로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상장주식수 대비 0.5% 이상)를 공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영국계 IB 메릴린치는 코스피 21개 종목, 코스닥 95개 종목 등 총 116개 종목에 대해 발행 총수 대비 0.5% 이상의 공매도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공매도 가능 코스닥 종목 150개 중 3분의 1 꼴로 대량 보유자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지분 신고 의무가 최초 발생한 기간이 가장 긴 것도 메릴린치였다. 메릴린치의 HLB 공매도 잔고가 발행 총수의 0.5%를 넘은 건 2018년 4월부터 5년이 넘었다. 중간에 거래가 있었다 해도 그 사이 한번이라도 0.5%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단 뜻이며, 5년 넘게 대랑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뒤이어 모건스탠리가 코스피 34종목·코스닥 64종목 등 총 98종목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캐피탈이 각각 46종목에 대량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JP모건이 총 35개로 위 기관들보단 많지 않았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으며 그간 공매도 의혹이 컸던 바이오 기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량 공매도한 코스닥 종목 25개 중 ▲HLB ▲HLB생명과학 ▲네이처셀 ▲레고켐바이오 ▲메지온 ▲박셀바이오 ▲에스티큐브 ▲엔케이맥스 ▲휴마시스 등 9개가 바이오 업체였다.

또 하루 전(25일) 보유 기준으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에 대해서도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로 분류돼 있었으며, 엘앤에프에서도 대량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JP모건은 지난해 HLB 주주연대가 악의적인 공매도 의혹을 제기하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증권사이기도 하다. HLB 주주연대는 일부 공매도 세력이 주식 결제일이 2일(T+2)인 것을 악용해 결제일 전에 주식을 되사놓는 식으로 공매도를 하고 있다며 의심을 제기해왔는데, 실제로 금감원이 적발한 글로벌 IB 사례에서도 결제일이 도래하기 전에 수량을 맞춰 차입해오는 식으로 감시망을 피해간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HLB 주주들은 수차례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해왔다. 이들은 지난 3~4년 전부터 불법 공매도와 맞서 싸우며 금융당국에 공매도를 통해 시세 조종을 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요청하는 내용의 민원을 350건 가량 제기했다. 다만 실제 조사에 들어간 민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HLB의 한 주주는 "이번 금융감독원장은 검사 출신이라서 (예전 금감원장들과) 다른 것 같다"며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인 조사로 기득권과 공매도 세력간 유착 관계를 끊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주주연대는 금감원이 그간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한 것이 금융 공공기관의 뿌리 깊은 '금피아'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일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사정하고 감독·관리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에서 나온 인사들이 대부분 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행태가 빈번해 결국 사정과 감독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것이다.

그밖에 스위스계 UBSAG,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SG), 영국계 씨티그룹 등도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곳들이다.

국내 기관 중 보유 잔고를 신고한 곳은 5개 내외 극소수로, 사실상 공매도의 많은 비중이 글로벌 IB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많은 외국 헤지펀드나 기관들이 개별로 투자하기보다 글로벌 IB의 PBS 서비스를 통해 국내 주식에 공매도하고 있다"며 "IB들의 불법 공매도만 바로 잡혀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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