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기 전 외양간 고치는’ 자연재해 지구 정비사업, 64% 완료
지난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일대에는 404㎜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괴산댐 하류의 달천 일대에는 지난 100년 동안 가장 많이 내렸던 비보다도 많은 비가 24시간 내내 쏟아졌다. 이 때문에 당시 달천의 본류와 지류 곳곳이 범람했고, 제방도 3곳이 유실됐다.
그러나 달천에서 가장 수위가 높고 물살이 거셌던 오성리 부근 합수구간(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지점)은 피해를 면했다. 해당 지점은 2016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된 뒤 2017년부터 정비사업이 시작됐다. 집중호우가 시작되기 일주인 전인 지난 7월 4일 준공됐다. 250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근 농경지보다 낮았던 제방을 높이고, 사면에는 돌들을 붙여 고정시켰다. 덕분에 하천 주변 48가구 162명의 주민과 건물 48동, 그리고 수십㏊에 달하는 농경지들이 물난리를 피할 수 있었다.
박호정 괴산군 재난복구팀장은 “정비 사업을 할 당시 주민들은 ‘왜 쓸데없이 돈 낭비를 하느냐’, ‘미관상 안좋다’, ‘농경지에서 하천으로 물이 잘 안빠진다’는 등의 불만을 표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7월 집중호우 이후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는 전국에 2792곳이 지정돼 있다. 과거 재해 피해가 발생했거나 피해를 당할 우려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어디를 지구로 지정할지는 관할 자치단체가 결정한다. 지구 내의 시설들의 정비도 관할 자치단체가 맡는다.
재해위험지구 지정과 정비 사업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막거나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2019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1998~1999년 임진강 유역의 정비 사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비용 대 편익 비율은 1:2에 달했다. 40개 시·군 2055개 지구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땐 이 비율이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만원을 들여 정비하면 4만원어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혜택엔 지역별 편차가 존재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중 정비되지 않은 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최하위권인 경상북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경기도의 경우 미정비 지구는 12지구 뿐이었다.
이는 정비 사업에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비 사업에는 국비 50%, 도비 25%, 시·군·구비 25%가 투입된다. 이 때문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을 해놓고도 돈이 없어 정비를 미루는 경우가 발생한다. 현재 2792곳의 지구 중 64%인 1797곳만 정비가 완료됐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구 정비 사업은 재해가 빈번해지는 요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시급한 정비가 필요한 지역이 누락되거나 재정 여건을 이유로 정비가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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