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 초빙→'사원 출신' 단장까지…달라진 롯데의 새출발, 사직이 두근거린다 [SC포커스]

김영록 2023. 11. 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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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표는 낙하산, 단장은 간택, 감독은 순혈 고수.

부산 야구팬들을 한숨 짓게한 그 간의 롯데 자이언츠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싹 달라졌다.

그룹 시절부터 자이언츠를 잘 알고 관리해온 대표를 중심으로 사상 첫 사원 출신 단장이 선임됐다.

롯데 구단은 2023시즌부터 팀을 이끌 새 단장으로 박준혁 전 인사팀장을 선임했다(1일 스포츠조선 단독 보도).

야구인은 아니지만, 부산고 출신으로 평생을 야구와 함께 호흡해온 인물이다. 2007년 정식 입사 이래 16년간 통역과 국제 업무제휴, 마케팅, 홍보, 운영, 인사 등 주요 보직을 최연소로 거친 '실무통'이다. 야구 운영부장까지 지내며 모기업과 소통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강훈 현 롯데 자이언츠 대표와도 각별한 정과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자이언츠 퇴사 후에도 수시로 사직구장을 찾아 롯데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단 및 구단 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그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 활동하던 중 '금의환향'했다. 누구보다도 롯데 구단의 구석구석 사정에 밝은 인사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단장에 앞서 새롭게 선임한 사령탑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3회에 빛나는 명장 김태형 감독이다.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꿈꾸며 '초보 감독'에 초점을 맞춰온 롯데가 타 팀 우승 출신 감독을 영입한 건 무려 21년 만이다. 기존에 '해오던 대로'에서 탈피한 파격이다.

앞서 롯데는 2020시즌 직전에도 거국적인 수뇌부 개편에 나선 바 있다. 메이저리그(MLB) 프런트 출신 성민규 전 단장, 허문회 전 감독을 선임해 롯데와 무관한 인물들의 '새바람'을 기대했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이자 첫 30대 단장의 탄생이었다. 시작은 남달랐다. 팀내 노장들을 과감하게 쳐내고, FA 협상에서도 끌려다니지 않았다. '조건부 FA 계약'이란 독특한 방식을 통해 안치홍을 영입하고, 더 나아가 비FA 다년계약의 문을 연 점도 인상적이었다. 멀리 보고 선수 육성에 힘을 실었다는 점은 호평받는 부분.

김태형 감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팀 성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프런트와 현장 간 갈등도 불거졌다. 롯데는 또 한번 '최초'의 문을 열었다. 사상 첫 KBO리그 외국인 선수 출신 래리 서튼 전 감독을 영입했다. 단장과 감독 모두 KBO-MLB에 걸친 독특한 커리어의 합주를 기대했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모았고, 지난 겨울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등 3명의 FA를 영입하는 한편 프랜차이즈 스타 박세웅에게 5년 최대 90억원의 다년 계약을 안기며 구단 내외의 민심을 아울렀다. 방출 선수도 대거 받아들여 뎁스와 경험을 더했다.

하지만 6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결국 서튼 전 감독도, 성 전 단장도 팀을 떠나야했다. 롯데는 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인 팀 개편에 돌입했다.

훈련을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과 김평호 코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이다. 역사상 첫 자이언츠 사원 출신 단장, 그리고 롯데 역사상 보기 드문 우승청부사의 조합이다. 앞선 도전에 비해 보다 현장에 무게를 싣고, 말 그대로 실무자에 가까운 단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우승만 보고 달리는 감독과 그를 잘 서포트 할 수 있는 프런트의 조합이라는 평이다.

박준혁 신임 단장은 팀내 여러 분야에서 일했기에 발이 넓다. 사원부터 부장까지 거치는 동안 함께 일했던 선후배 상당수가 그대로 구단에 남아있다. 그동안 '외부 영입'과 '낙하산' 인사만 보며 일해온 롯데 구단 구성원들의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타 기업 대표로 일하던 인물이 '계약직 임원'에 가까운 단장으로 복귀한 애사심도 높게 평가된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구단 주요 보직을 최연소로 두루 거쳤던 박준혁 단장은 성민규 전 단장보다 두 살 많은 관계로 단장직에선 최연소를 놓쳤다. 하지만 혁신과 개혁, 젊은 리더십을 강조하기엔 충분한 40대 초반의 ��음이 돋보인다.

박 단장은 오는 2일 첫 출근을 했다. 고향에 돌아온 그의 첫 포부는 '육성'. 대상은 선수 뿐 아닌 프런트도 포함이다. 조직을 잘 알고, 오랫동안 준비해온 인물다운 시선이다.

"단장의 일은 팀이 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선수 뿐 아니라 프런트 각 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결국 우리 모두의 목표는 '자이언츠가 어떻게 강해질 것인가'하는 점이다. 내 역량을 총동원해 모두의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젊고 혁신적인 단장 다운 포부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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