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들 33세 외야수 실책 좀 하면 어때…역대급 가성비 FA, 2023년 가을은 이미 보너스[PO]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23년 가을은 이미 보너스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권희동(33)은 지난달 31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결정적 실책을 범했다. 3-0으로 앞선 8회말 1사 1루서 배정대의 타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타구를 한 차례 펌블했다. 1사 1,2루가 될 상황이 1사 2,3루가 됐다.
결국 KT는 오윤석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김상수의 1타점 중전적시타로 2-3, 1점차로 바짝 추격했다. 이후 황재균이 중전안타로 출루하면서 순식간에 역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앤서니 알포드가 삼구삼진으로 물러나면서 NC도, 특히 권희동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결과가 어떻게 됐든, NC로선 권희동을 원망하긴 어려울 듯하다. 권희동은 알고 보면 엄청난 가성비 FA이기 때문이다. NC는 2022-2023 FA 시장에서 권희동을 잡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FA 미아가 됐고, 장고 끝에 지난 2월27일에 계약했다.
계약규모는 고작 1년 최대 2억5000만원. 사실상 매우 평범한 단년계약을 맺었다. NC는 군 복무를 마친 김성욱과 퓨처스 FA 한석현,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성장한 천재환을 주전과 백업으로 적절히 쓰려고 했다. 기존 박건우~제이슨 마틴이 있고, 손아섭도 수비를 하면 포화 상태다.
손아섭이 지명타자로 뛰는 시간이 길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외야는 넘쳤다. 그러나 1년이 흐르고 나니 권희동이 없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한석현은 1군에 적응하지 못했고, 김성욱은 잔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천재환 역시 연착륙하지 못했다.
결국 권희동이 시즌 중반부터 외야 주전을 꿰찼다. 투손에 가지도 못했고, 사실상 홀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최후의 승자였다. 정규시즌 96경기서 타율 0.285 7홈런 63타점 33득점 OPS 0.793 득점권타율 0.327.
금방이라도 투수 쪽으로 쓰러질 것 같은 타격 자세 역시 여전했다. 테이크백 동작을 거의 생략하고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치는 느낌인데, 희한하게도 권희동에겐 제격이다. 포스트시즌서도 23타수 6안타 6타점 3볼넷 3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이다. 다양한 타순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권희동으로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는 이번 가을야구다. 자신의 연봉값은 일찌감치 했고, 포스트시즌서도 팀을 아찔하게 한 실책을 한 차례 했지만,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충분히 괜찮다. NC가 2월27일에 권희동을 붙잡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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