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가이드라인 있었다면 넷플릭스 수리남은 어떻게 됐을까

윤유경 기자 2023. 11. 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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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사내에 'SBS 콘텐츠 권리처리 가이드라인' 배포
지명, 소품, 영상, 대사 사용 등 검토해야 할 체크리스트 만들어
SBS "제작사 스스로 법적 리스크 해소 절차 가질 수 있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수리남>은 지난해 수리남 외교부의 공식 항의로 분쟁에 휘말렸다. 마약 밀매의 온상인 드라마 배경 지역을 실존 국가명 그대로 설정해 국가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콘텐츠를 제작할 땐 지명, 소품, 영상 사용 등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 특히, 콘텐츠가 전 세계로 유통되는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환경에선 더 중요하다.

▲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진=미디어오늘.

이러한 가운데 SBS는 방송사 최초로 자사의 콘텐츠를 OTT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직접 권리 침해 여부를 체크해볼 수 있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OTT에 공급하기 전 외부 로펌에서 법률 검토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전에 제작진이 제작 현장에서 적절히 검토할 수 있는 자체 문건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SBS 콘텐츠 권리처리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30일 SBS 사내에 배포됐다.

▲'SBS 콘텐츠 권리처리가이드라인'은 지난달 30일 SBS 사내에 배포됐다.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SBS 법무팀 관계자는 지난 1일 미디어오늘에 “드라마 가편이 나오면 변호사에게 보여주고, 수정 의견을 받는다. 그런데 변호사가 검토할 단계에선 재제작을 하거나 수정을 못하는 단계에 이른 경우 등 권리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변호사의 의견에 따른 수정, 보완이 이루어지기 전에, 제작단계에서 제작진이 가능한 최대한 권리처리를 해 법적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SBS 법무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작 관행에선 변호사 검토 단계가 너무 늦거나 수정이 어렵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방송사, 스튜디오, 제작사가 스스로 글로벌 기준에 맞춰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절차를 가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신문 사설 노출되면 저작권 침해, 사실 전달 기사는 아니다

콘텐츠의 제목을 정할 때부터도 법적 권리 침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정인 또는 단체명이 제목에 포함되는 경우, 실제 사건 또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 등은 특히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가이드라인은 제목을 사용할 때 각각 저작권, 상표권,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 인격권 침해에 해당되는 경우를 설명하고 기존 실제 판례를 담고 있다.

가령, 뮤지컬 <CATS>의 경우, 영업 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타 뮤지컬 공연에서 <어린이 뮤지컬 CATS>라는 제호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는 뮤지컬 공연에서 해당 제호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1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 두 경우 모두 부경법 위반이 인정됐다.

▲ 콘텐츠 제작 시 제목이 타인의 저작권, 인격권, 상표권 등 권리를 침해하는 지 검토해야 한다. 이를 '타이틀 클리어런스'라고 칭한다. 사진=SBS 법무팀 제공.

촬영 시 배경, 소품, 영상, 사진을 이용하는 경우도 저작권, 명예훼손 등 위반 여부에 해당하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는 계약상 제작사의 의무다.

지역 지명 또는 실존 아파트 단지명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출하는 경우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항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해당 지역 주민이 모두 범죄자라거나 우범지대라는 등 사회적 평판을 저해하는 내용으로 표현되는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일례로, 돈세탁을 해주는 장소로 실존하는 국가의 한국 주재 대사관을 배경으로 해 논란이 된 드라마가 있었다. 이에 SBS 법무팀은 제작진들이 촬영 연출 시 세심히 체크해야하는 점들을 정리했다. 특히, 범죄물, 스릴러 장르일 경우 실제 지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내 촬영지에 있는 장식물 노출에도 유의해야 한다. 실내 촬영 장소에 대한 이용 허락을 받았더라도, 그림, 조각품, 사진 등 저작물에 대한 이용은 별도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식당이나 술집 벽면 낙서가 화면에 노출되는 경우도, 개인정보 노출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삭제 처리가 필요하다. 한 광고에서 호텔 라운지에 설치돼 있던 미술저작물이 10초 동안 배경화면에 노출돼 5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결정된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방이나 의류 상표 노출엔 별도 처리가 필요없지만, 일부 명품 브랜드의 경우 부정적 이미지의 인물이 착용하면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JTBC <부부의 세계>에선 내연 관계에 있는 인물이 명품 가방을 착용하는 장면이 노출되자 해당 가방 회사에서 항의했다.

드라마에 실제 신문 기사를 사용하는 경우, 논평 등 개인적 의견이 담긴 기사는 어문저작물에 해당돼 저작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 사실 전달에 불과한 보도의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실제 기사 사진을 이용해 제작하면서 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다.

▲ SBS 드라마 '법쩐' 방송화면. 신문의 구인구직 광고 면을 가상으로 제작해 사용했다. 사진=SBS 법무팀 제공.

실존인물의 생애를 영상화하거나, 실제 범죄 사건을 토대로 극화한 경우 유족 또는 사자의 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다. 광주아파트 붕괴 사고의 실제 영상을 삽입해 사고의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인격권 침해 가능성으로 삭제된 전례가 있다. 실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한 영화 <암수살인>도 피해자 유족이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제작사의 적극적 사과로 신청은 취하됐지만, 사전 동의를 받고 허구의 극적 사실을 실제인 것처럼 오인하지 않도록 연출해야할 필요가 있다.

▲ 영화 '암수살인' 스틸컷.

이밖에도 SBS 가이드라인엔 시나 소설 등 타인이 저작권을 가진 문구를 대사, 제목 등으로 이용하는 경우, 콘텐츠 내에 음악을 삽입하는 경우, 극중 인물들이 타인의 저작권을 가진 안무의 춤을 추는 경우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내용들이 자세히 설명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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