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가 '화물 분할매각' 찬성한 이유…"부채비율만 1741%"

정한결 기자 2023. 11. 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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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노조 등 사내 반대 여론에도 화물사업 분할 매각에 찬성한 이유로는 열악한 재무상황이 가장 크다. 아시아나항공이 내는 수익은 이자를 갚는 데 쓰이고, 보유한 현금은 만기 채권을 처리하는데 급급하다. 매각 없이 자력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사회 판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당기순손실은 600억원을 기록했다. 12조원 수준의 부채에 부채비율은 1741%, 이자 비용만 2000억원대가 나오면서다. 버는 족족 이자를 갚는데 그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이 불발돼도 홀로 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기간 채권을 1조원 규모를 갚았으며 업황에 따라 수익성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내·외부에서는 화물사업 매각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란도 일었다. 지난 30일 열린 첫 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매각 반대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사내이사인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이 사임했으며, 이날 이사회에서는 반대입장을 고수하던 사외이사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투표에 끝내 불참하는 등 내부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할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보유한 현금이 없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유동성은 9600억원이었지만 하반기 들어 약 9000억원을 갚았다. 산은 등에 갚을 1조8000억원 규모의 특별약정지원 만기도 3개월 남았다. 당초 지난 이사회 회의인 30일 만기가 도래했지만, 회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하면서 만기도 연장됐다.

주채권자인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불발되면 추가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지금까지 만기 연장도 1년으로 설정했지만, 올해 들어 그 기간을 3개월로 줄인 상황이다. 산은은 3조6000억원대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합병이 필요하며, 합병이 성사되려면 유럽연합(EU)이 독과점 우려를 제기한 화물 사업 분할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합병 무산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인수자인 대한항공은 이날 가결로 계약금·중도금을 포함한 약 7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이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 발행한 3000억원의 영구채를 상환하도록 하는 대신 저금리로 재발행하는 방식도 동원한다. 인수계약금 3000억원 중 1500억원은 EU가 기업결합 승인시 즉각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고용승계·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도 추진한다. 당장 '알짜' 사업인 화물 매각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셌음에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독자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분수령으로 꼽혔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고비를 넘기면서 공은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 EU의 요구대로 화물사업에 대한 독과점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려면 결국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대한항공은 유럽·미주 중복노선을 비롯해 화물사업을 국내 항공사로 이관·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항공사의 슬롯 및 화물사업을 해외에 매각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으나 EU 집행위가 모두 거절했다"며 "집행위와 협의한 결과, 본건 거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화물사업 매각'을 시정조치안으로 제출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EU와는 내년 1월 말 심사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는 시정조치 방안 협의를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과는 관련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정식으로 신고서를 제출해 내년 초 심사를 종결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넘으며 이제부터는 대한항공이 어떻게 하느냐에 합병의 성패가 달렸다"며 "EU 당국의 승인을 받아내는 동시에 경쟁력 약화 등 무리한 합병 추진이라는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 성공적인 합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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