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덮친 교실, 절반이 빈자리…의사·교사·부모도 '시름시름'

박정렬 기자 2023. 11. 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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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초·중·고교 학생 중심 독감 '연중 유행'
의사, 교사, 부모 등 어른도 과로 호소
유일한 '무기' 백신 접종률 더 높여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사업이 정식 운영을 시작한 1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기독병원 소아 외래진료실이 붐비고 있다. 2023.09.01.


"아이 한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독감 걸린 아이 한 명이 있어도 온 마을이 다 아파요."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독감(인플루엔자)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감염 환자를 돌보는 의사,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 자녀를 키우는 부모 모두 '연중 유행'하는 독감에 과로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로서 독감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인 백신 접종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42주차(10월 15~21일)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18.8명으로 전주(15.5명) 대비 증가했다. 40주차(1000명당 14.6명)부터 3주 연속 늘어난 것이다. 7~12세의 경우 2023~2024년 절기 유행기준인 6.5명의 7.8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전체 연령대 중 초등학생(7~12세)이 1000명당 50.4명,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13~18세는 1000명당 39.9명으로 전체 평균(18.8명)의 2~3배에 달할 만큼 환자가 폭증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면역력 감소에 실내 활동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는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스텔스 독감'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진단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이홍준 의약정책이사(김포아이제일병원장)는 "열이 나지 않고 가끔 기침만 하는데 증상이 장기간 지속돼 병원에 왔다가 독감 확진을 받는 환자가 예년보다 훨씬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학생 절반이 결석, 아파도 눈치 보는 교사
아이를 중심으로 한 독감의 확산은 어른까지 영향을 미친다.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37)씨는 "저학년은 한 반의 절반가량이 독감으로 결석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들이 독감에 걸려도 초기엔 기침, 발열과 같은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스스로 알지 못한 채 등교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독감 학생이 너무 많다 보니 교사도 감염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례적으로 독감 유행주의보가 1년 이상 지속된 전례 없는 상황에 교사의 건강권은 학생만큼은 담보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최씨는 "아프면 쉬라고 하지만 내가 수업하지 못하면 다른 교사가 꼭 대체해야 하는데, 이런 사례가 반복되니 중간에 검사하러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며 "이제 교실에서 감기는 너무 흔해졌다.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찾아 검사하는 교사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에도 병원은 '북적' 과로하는 의사
아픈 아이를 돌보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과로에 시달린다.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환자가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은 연중 내내 지속되고 있다. 독감을 포함해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에 의한 일반 감기, 코로나19(COVDI-19)까지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의사 1인당 맡는 환자는 갈수록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은 어린이가 수업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대중교통과 의료시설, 감염취약시설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조정했다. (공동취재)2023.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평소 주말은 비교적 한산한데도 최근에는 오전에만 병원에 123명의 환자가 방문했는데 이 중 독감 환자가 22명이나 됐다"며 "날이 추워질수록 환자가 더 늘고, 이와 비례해 고위험환자도 늘어날 텐데 안 그래도 부족한 의료진이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벌써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녀 돌봄, 약 부작용 우려에 애타는 부모
본격적인 독감 유행을 앞두고 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9세, 6세 두 아들을 키우는 40대 가장 유모씨는 "올해 초 첫째와 둘째가 독감에 차례로 걸려 장기 연차를 썼는데, 주변에서 독감이 유행하는 걸 보며 '다시 장기 연차를 쓸 수는 있을까'는 생각부터 했다"며 "독감이 일 년 내내 돌다 보니 요즘 맞벌이하는 부부들은 아마 거의 비슷한 걱정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최근 고등학생이 독감 치료제를 맞고 환각 증세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보도를 접하며 걱정이 더 커졌다고 한다. 유씨는 "독감 치료제를 써도 밤낮없이 아이 곁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부작용이 어떻게, 얼마나 심한지 정보가 없어 불안함이 크다"고 했다.

독감은 휴식을 취하며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 제재로 치료한다. 항바이러스제제는 먹는 약(타미플루)과 주사(테라미플루) 등 다양한 제형이 있는데 증상이 나타난 후 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가장 효과가 크다. 조기에 사용해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증상과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마상혁 과장은 "독감에 걸린 후 환각 등 신경정신과 이상 행동은 약물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독감의 합병증인지 대한 것은 논란이 있다"면서 "꼭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않아도 고열, 수분 부족 등 독감 증상으로 이상 행동이 나타날 수 있으니 초기에는 환자를 혼자 집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20일 대전 서구 한 소아과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부터 13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9월20일 2회 접종 대상 어린이(생후6개월~9세 미만)를 시작으로, 10월5일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생후6개월~13세)와 임신부, 10월11일 75세 이상 어르신, 10월16일 70~74세 어르신, 10월19일 65~69세 순이다. 2023.9.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독감 확산을 막으려면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신경 쓰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이 이를 지키기는 매우 힘들다. 교육부 등 정부 부처가 교실 내 감염병 확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아직 독감 등 법정 감염병의 경우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검사, 확진 후 격리는 출석이 인정되지만 백신 접종은 출석 인정 결석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 이하(생후 6개월~13세)는 국가예방접종 무료지원사업을 통해 독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백신을 1회 접종받은 어린이는 117만9775명으로 접종률은 25%를 기록했다. 마 과장은 "항체 형성 시간(약 3주)을 고려해 11월 중으로 독감 백신을 맞아야 유행 확산을 예방하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더 늦기 전에 학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정부 차원의 캠패인 등 홍보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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