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상상력'…중동으로 뻗어나간 K콘텐츠
출판계 "도서전은 중동 진출을 위한 출발점"
(샤르자=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국내 출판계가 샤르자국제도서전을 통해 아랍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야기'가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이른바 K 콘텐츠의 시발점이자 뿌리라고 보는 것이다.
올해 도서전 주빈국인 한국이 내세운 주제가 '무한한 상상력'(Unlimited imagination)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야기의 힘은 무한한 상상력에 있고, 그 상상력의 뿌리는 책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출판계의 시각.
다만 한국의 다른 콘텐츠에 견줘 K북이 중동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중동지역 강타한 K 콘텐츠
K 콘텐츠는 중동지역에서 이미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봉장은 드라마다.
2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현지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드라마 '힘센여자 강남순'은 카타르에서 지난달 23일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이 드라마는 오만 3위, 사우디아라비아 4위, 아랍에미리트 4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도 같은 날 카타르 2위, 사우디 3위, 아랍에미리트 5위, 오만 5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드라마가 중동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올해뿐 아니다. 작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내 맞선'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각각 전체 3위와 4위를 차지했고, 아랍에미리트에선 '환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내 맞선' 등이 가장 많이 시청한 TV 부문에 포함됐다.
케이팝 인기도 드라마 못지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해외콘텐츠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KCON에는 2만여 명의 K팝 팬이 참가했다. 티빙,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된 이 콘서트는 920만명이 시청했다.
이미 중동지역에는 K팝 팬덤이 형성된 상태다. 블랙핑크, 비투비, BTS,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가 특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은 KBS와 SM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관한 K-팝 경연대회가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등 현지에서 K-팝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게임, 영화 등 다양한 한국 콘텐츠들이 현지에서 조명받고 있다고 콘텐츠진흥원은 덧붙였다.
소설·시·그림책 등 순수문학은 '아직'
K 콘텐츠들이 이처럼 주목받고 있지만, 이야기의 근간인 문학과 책은 아직 중동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한국 문학이 아랍어로 번역돼 중동지역에 소개된 건 2005년부터다.
'한국대표단편선'과 염상섭 '삼대', 한수산 '부초' 같은 근현대 소설들이 이 시기 아랍지역에 소개됐다.
이후 간간이 번역되다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번역 작품 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해에만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흰', 김승희 시집 '희망이 외롭다' 등 8편이 아랍어로 번역돼 현지에서 출간됐다. 현재까지 번역된 작품 수는 43건이다.
그 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
전체 43건 중 36건(83.7%)이 이집트에서 출간됐다. 나머지는 아랍에미리트는 4권, 레바논 3권이 전부다.
도서전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에선 황석영 소설 '한씨연대기' '개밥바라기별'과 아동문학가 황선미 소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푸른 개 장발'이 번역돼 출간된 상태다.
이민아 번역원 국제교류팀장은 "다른 한국 콘텐츠에 견줘 한국문학이 중동 현지에 아직 많이 번역된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출판계 "K 북도 중동에 영향력 확대할 것"
국내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은 아랍 지역을 번역 '거점국'으로 선정해 박차를 가할 태세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멕시코 같은 주요 언어권은 아니지만 인구가 많은 데다 지역민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 K 문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를 주목하고 있다. 이집트는 인구가 많고, 아랍에미리트는 문화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번 샤르자도서전 주빈국 행사는 일회용 행사로 그쳐선 안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아랍권 공략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인프라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신뢰할 만한 아랍 문학 번역가는 제한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론 한국어를 전공한 현지인들이 많이 나와야 번역이 풍성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출판문화협회도 한국 책의 중동 진출에 신경 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출판협회 관계자는 "사우디의 초청을 받아들이는 걸로 대부분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한국 책을 아랍 지역에 소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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