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행복"... 유기동물 입양에 가장 중요한 OO 나선 사람들 [유가소]

고은경 2023. 11.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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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임보장인’들이 말하는 노하우
편집자주
매년 10만 마리 이상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 든 경우, 중대형견은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유가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배지수씨의 반려견 '머루'(오른쪽 첫 번째)와 임시보호했던 반려견들. 배지수씨 제공

유기동물 입양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봉사자는 임시보호자다. 임시보호는 말 그대로 유기동물이 새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유기동물이 임시보호 가정으로 가게 되면 보호소 내 다른 유기동물을 구조할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이 과정에서 유기동물이 일반 가정에 머물며 사회화를 배우게 되고, 임시보호자는 동물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해 성향이 맞는 입양자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입양 홍보에 적극 나서는 것도 임시보호자의 몫이다.

하지만 유기동물 임시보호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의 공간을 내줘야 하고, 또 어느 정도 동물에 대한 지식과 정보, 양육 노하우도 있어야 한다. 임시보호에 뛰어든 사람들은 보호 중인 동물이 입양을 가면 입양을 기다리는 다른 동물을 또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임시보호가 주는 행복과 매력 때문이다. 끊임없이 임시보호를 하며 유기동물에게 새 삶을 찾아주는 '임보장인' 2명으로부터 그들이 임시보호를 하는 이유와 노하우를 들어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부담감은 적게, 책임감은 무겁게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어짐은 슬프지만 입양되는 행복이 더 커요"

김다연씨가 반려견 '교빈'이(앞줄 오른쪽), 임시보호 중인 반려견 '평화'와 산책을 하고 있다. 김다연씨 제공

반려견 '교빈'이를 키우는 김다연(37)씨가 지금까지 임시보호를 한 유기동물은 총 26마리. 2018년 11월 보호소에서 교빈이를 입양한 후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2020년 12월 유기동물 응용소프트웨어(앱)을 통해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지금은 '교빈하우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김씨의 입양 보내기 노하우는 사진과 영상 많이 찍기다. 휴대폰을 항상 손에 닿는 곳에 두고 동물의 성격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양한 유기동물과 함께 살다 보니 동물을 다루는 노하우도 생겼다. 지금까지 축적된 사례를 통해 해당 동물의 성격에 맞춰 산책이나 배변교육 등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또 "다양한 성격의 동물을 만나면서 질병과 교육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게 되는 것도 임시보호를 하는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김다연씨가 임시보호했던 '다온'이(왼쪽 사진)와 '강돌'이. 둘은 모두 입양 가족을 만났다. 김다연씨 제공

하지만 입양가족이 금세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금 데리고 있는 고양이 '강식'이와 개 '평화' 역시 함께 산 지 1년이 넘어가는 장기 투숙객이다. 정이 든 만큼 보내기도 쉽지 않을 터. 1년간 데리고 있던 개 '다온'이 역시 심장사상충을 치료하면서 입양까지 고민했지만 다행히 입양가족을 만난 사례도 있다.

"물론 헤어지는 건 너무 슬프고 아쉬운 일입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제 환경보다 좋은 집으로 가는 것이기에 기쁘고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씨는 "임시보호는 한 아이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단순히 동물을 기르는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기견은 해당 동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이라며 "임시보호는 끝까지 입양가족을 찾아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생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일에 동참하는 것, 뿌듯하고 보람돼요"

배지수씨가 반려견 '머루'를 쓰다듬고 있다. 배씨는 처음으로 머루를 임시보호했다 결국 입양했다. 고은경 기자

배지수(40)씨의 첫 임시보호 대상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머루'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면서 평소 관심을 갖던 유기동물 돕기 봉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연히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밥 먹여달라'는 게시물을 보고 머루의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3개월가량 함께 지내는 동안 머루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대로는 입양 가능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단체가 머루를 훈련소에 보냈다.

머루를 훈련소로 보낸 후 배씨는 단체 측의 요청으로 몸집 19㎏의 진도믹스견을 임시보호하기도 했으며, 지방자치단체보호소 출신인 개를 임시보호하다 입양도 보냈다. 배씨는 "교육을 잘 마친 머루를 보고 싶어 훈련소를 찾았는데 우리를 기억하고 격하게 반겨주는 머루의 모습에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며 "사실상 임시보호를 실패한 것"이라고 웃었다.

배지수씨는 반려견 머루를 입양한 이후 본격적으로 임시보호 봉사를 시작했다. 배지수씨 제공
배지수씨가 임시보호했던 '닐라'와 가족이 함께 산책을 나온 모습. 배지수씨 제공

배씨가 본격적으로 임시보호 봉사에 나선 것은 머루를 입양한 2021년 2월 이후다. 배씨는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보게 된 이후 임시보호를 거부할 수 없었다. 번식장 출신인 '린넨이' 등 배씨 가족을 장단기로 거쳐간 동물은 15마리에 달한다. 배씨는 "머루, 임시보호하는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가게 되면 눈에 띄는지 다른 분들과 이야기할 경우가 많다"며 "자연스럽게 개농장, 번식장 이야기, 임시보호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홍보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임시보호를 시작하고, 동물들이 입양 후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성취감이 생겨 한 번으로 끝내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임보마약이라고 할 정도로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시보호는 유기동물이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이때 중요한 것은 동물 양육 노하우 등이 아닌 생명을 책임진다는 무거운 책임감"이라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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