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매각으로 경쟁력 저하? 공정위 "기업 판단 영역…해외당국과 소통"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2023.11.02.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할 매각 안건을 가결하면서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한항공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EU 경쟁당국의 시정조치를 모두 수용하면서 주요 여객 노선뿐 아니라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까지 포기해야 해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사업적 판단은 기업의 몫이며 EU·미국·일본 등 나머지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신속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2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시정조치에 포함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할 매각 안건을 가결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화물 사업 독과점을 우려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부문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날 재차 이사회를 개최해 안건을 처리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정으로 이번 기업결합은 EU 경쟁당국 심사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정위와 EU의 시정조치를 모두 이행하려면 주요 여객 노선과 화물 사업을 포기해야 해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로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아시아나항공기 모습. 2023.11.01.

공정위는 지난 2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결합에 따른 화물 시장 경쟁 제한성은 낮거나 없다고 봤다. 반면 국제·국내선 여객 시장에선 총 40개 노선(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슬롯 또는 운수권을 타사에 넘기도록 했다. 슬롯은 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을, 운수권은 항공기로 여객·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공정위 시정조치에 따라 주요 여객 사업을, EU 집행위 요구에 따라 화물 사업을 각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등과 관련한 판단은 합병을 추진하는 회사와 구조조정 당국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신속하게 완료될 수 있도록 경쟁당국·기업 등과 지속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경쟁당국 심사가 필요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14개국이었는데 현재 미국·EU·일본 등 3개 국가만 심사가 남은 상황이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한 공정위 차원의 심사는 이미 마무리된 것이기 때문에 재심사 등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EU 집행위가 각기 다른 시정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선 "시장 상황에 대한 해석의 차이, 심사 제도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