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62년 만에 창단 첫 WS 우승! '심장병→은퇴 후 복귀' 68세 승부사가 한 풀었다 [WS 리뷰]

김동윤 기자 2023. 11. 2. 13: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IC22}
텍사스의 두 영웅 브루스 보치 감독(왼쪽)과 코리 시거가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 선수단이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IC21}'1961년생' 메이저리그(ML) 텍사스 레인저스가 2011년의 아픔을 씻어내고 2전3기 끝에 월드시리즈(WS)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가장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던 팀이었으나, 은퇴 후 돌아온 명장 브루스 보치(68)의 지휘하에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차례차례 올라가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반면 김병현(44) 이후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35)라는 최고의 카드를 써보지도 못한 채 홈에서 우승을 내줬다.

텍사스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7전4승제) 5차전 원정 경기에서 애리조나에 5-0으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텍사스는 5회 나다니엘 로우의 볼넷 출루를 제외하고 애리조나 선발 잭 갤런에게 6이닝 노히트를 당하고 있었으나, 7회 미치 가버의 결승 적시타와 9회 마커스 시미언의 쐐기 투런 등 4득점 빅이닝으로 승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텍사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 포스트시즌 원정 11연승을 질주하며 그대로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텍사스 소속 첫 월드시리즈 MVP는 코리 시거(29)였다. 시거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만 5경기 타율 0.286(21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 OPS 1.137을 기록하며 커리어 두 번째 MVP를 수상했다.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32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어 MVP를 차지했던 시거는 샌디 쿠팩스, 밥 깁슨, 레지 잭슨에 이어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4번째 선수가 됐다. 또한 내셔널리그(LA 다저스)와 아메리카리그(텍사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MVP를 가져간 것은 시거가 최초다. 이날 5차전에서도 갤런의 6이닝 노히트 피칭을 깨는 안타로 텍사스 타선의 혈을 뚫었고 결승 득점에 멀티 히트까지 성공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텍사스 코리 시거의 월드시리즈 MVP를 축하하는 그래픽. /사진=MLB.com 공식 SNS
텍사스 코리 시거의 메이저리그 첫 양대리그 월드시리즈 MVP 수상을 알리는 그래픽. /사진=MLB.com 공식 SNS
브루스 보치 감독이 텍사스에 부임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첫 걸음은 '월드시리즈 3회 우승'의 명장 보치 감독의 선임이었다. 지난해 시거를 10년 3억 2500만 달러, 시미언을 7년 1억 7500만 달러에 영입하며 본격적인 우승 도전에 나선 텍사스였으나, 68승 94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치는 등 굴욕을 맛봤다. 결국 시즌 도중 4년간 팀을 이끌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을 경질하고 토니 비즐리 감독대행으로 2022시즌을 마쳤고 지난해 10월 보치 감독에게 3년 계약으로 선임했다.

보치 감독은 텍사스의 첫 우승 도전이었던 2010년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끌고 직접 준우승의 아픔을 안겨준 상대팀 감독이어서 그 인연에 관심이 모였다. 과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이끌며 2010년, 2012년,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짝수해 신화'를 썼던 보치 감독은 심장에 문제가 있어 2019시즌을 끝으로 현역 감독 은퇴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프랑스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현장에서 아예 떨어지진 않았고 텍사스의 러브콜을 받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텍사스의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보치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시절 팀 린스컴, 버스터 포지 등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던 것처럼 에반 카터(20), 에즈퀴엘 듀란(24) 등 신인 선수들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신구조화가 된 팀은 에이스 디그롬이 시즌 아웃됐음에도 정규리그를 90승 72패로 마쳐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과거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모두 언더독으로 평가받으면서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최후의 승리자가 된 지도력은 텍사스에서도 빛났다. '99승 팀' 와일드카드 1위 탬파베이 레이스, '101승 팀'이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팀 볼티모어 오리올스, '디펜딩 챔피언'이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차례로 스윕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왔다. 특히 '7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또 다른 가을 강자 휴스턴마저 7차전 끝에 꺾으면서 '지면 떨어지는'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6승 무패라는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을 세웠다.

텍사스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포스트시즌 엘리미네이션 게임 6승은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이다./사진=MLB.com 공식 SNS
텍사스의 브루스 보치는 이번 우승으로 4번째로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됐다./사진=MLB.com 공식 SNS
애리조나의 메릴 켈리.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시의적절하고 과감한 투수 교체로 애리조나의 흐름을 차단하면서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보치 감독은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등 맡은 팀마다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려놓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감독으로서 통산 4회 우승으로 조 매카시, 케이시 스텡겔(7회), 코니 맥(5회) 다음으로 조 토레, 월터 알스턴(4회) 감독과 함께 월드시리즈 정상에 많이 선 감독이 됐다.

한편 애리조나는 2001년 김병현, 랜디 존슨-커트 실링 원투펀치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한 이후 22년 만에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렸으나, 홈에서 한 경기도 잡지 못하고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선발 갤런은 에이스답게 6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이 총 5안타에 그치면서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켈리의 2023년은 준우승에서 준우승으로 끝났다. 2015~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한 뒤 2019년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섰던 켈리는 성공적으로 연착륙해 'KBO 역수출 신화'로 불렸다.

올 시즌 초 미국을 대표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결승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후 정규 시즌에서 30경기(177⅔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를 소화하며 애리조나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고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는 7이닝 무사사구 9탈삼진 1실점 피칭으로 애리조나의 유일한 승리 투수가 됐다. 애리조나의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으며 6차전 선발로 대기 중이었으나, 팀의 패배로 등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11월 2일 텍사스 레인저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발 라인업
텍사스(왼쪽)와 애리조나의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 선발 라인업./사진=텍사스 레인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텍사스 : 마커스 시미언(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에반 카터(좌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조시 영(3루수)-나다니엘 로우(1루수)-요나 하임(포수)-레오디 타바레스(중견수)-트래비스 얀코스키(우익수). 선발 투수는 네이선 이발디.
애리조나 : 코빈 캐롤(우익수)-케텔 마르테(2루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지명타자)-라우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에반 롱고리아(3루수)-헤라르도 페르도모(유격수). 선발 투수 잭 갤런.
'6이닝 노히트' ARI 잭 갤런의 역투, '5안타' 타선이 도와주지 않았다... MVP 시거 멀티히트 앞세운 텍사스, 창단 첫 WS 우승
애리조나의 잭 갤런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의 네이션 이발디가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의 코리 시거가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7회초 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의 잭 갤런(맨 왼쪽)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7회말 강판당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경기 초반은 선발 투수들이 지배했다. 애리조나 선발 갤런은 올해 정규시즌 홈에서만 12승 3패 평균자책점 2.47를 기록하며 강했던 '홈보이'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5회 로우에게 볼넷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의 출루고 허용하지 않았다.

텍사스는 가을 에이스 네이선 이발디로 맞불을 놨다. 이발디는 이번 가을 5경기에 선발 등판해 텍사스에 4승을 안기며 맥스 슈어저를 대신해 에이스로 거듭났고 이날도 6이닝 4피안타 5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압도적이었던 갤런과 달리 이발디는 위기가 많았다. 1회말부터 선두타자 캐롤에게 볼넷에 이어 2루 도루를 허용했고 마르테의 땅볼 때 3루까지 내줬다. 워커에게도 볼넷을 줬으나, 후속 타자들을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회와 3회에도 계속해서 선두타자에게 출루를 내줬고 4회에는 롱고리아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 2루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타만을 허용했고 위기 때마다 삼진을 잡아내면서 뛰어난 점수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가장 큰 위기는 6회였다. 이발디는 다시 상위 타선을 맞아 마르테와 팸에게 볼넷, 워커에게 안타를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구리엘 주니어의 타구를 유격수 시거가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거는 안정적인 수비에 이어 갤런의 노히트를 깨는 안타로 타선에 혈을 뚫으면서 왜 자신이 시리즈 MVP에 걸맞은 선수인지 입증했다. 시거는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갤런의 4구째 너클 커브를 감각적으로 건드려 좌전 안타를 생산했다. '무서운 신인' 카터가 높게 떨어지는 너클 커브를 공략해 우전 2루타를 뽑아냈고 뒤이은 가버가 날카로운 중전 1타점 적시타로 마침내 선취점을 뽑았다.

애리조나의 케빈 긴켈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8회초 만루 위기를 극복하고 포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의 마커스 시미언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9회초 쐐기 투런포를 때려내고 포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의 마커스 시미언(오른쪽)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9회초 애리조나의 폴 시월드에게 쐐기 투런포를 때려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AFPBBNews=뉴스1

애리조나에도 반격의 기회는 있었다. 애리조나는 필승조 케빈 긴켈이 8회초 얀코스키와 시거에 볼넷, 시미언에 안타를 허용해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토리 루블로 애리조나 감독은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긴켈이 카터를 헛스윙 삼진, 가버를 땅볼로 처리하면서 홈구장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타자들이 끝까지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텍사스가 9회 빅이닝을 만들면서 승부를 끝냈다. 9회초 등판한 폴 시월드를 상대로 영과 로우가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고 하임이 중전 2타점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때 애리조나 중견수 토마스가 타구를 뒤로 흘리면서 1실점이 될 것이 2실점이 됐고 분위기를 내줬다. 여기서 시미언은 시월드의 2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 좌중월 담장 너머로 꽂으면서 텍사스는 5-0으로 앞서갔다.

보치 감독은 마무리 호세 르클럭 대신 조시 스보츠를 그대로 가져가는 강수를 뒀고 스보츠는 페르도모를 루킹 삼진, 캐롤을 포수 플라이 아웃, 마르테를 루킹 삼진으로 완벽하게 지워내면서 팀에 창단 첫 우승을 견인했다.

텍사스 선수단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기뻐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 선수단이 2일(한국시간)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FPBBNews=뉴스1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알리는 그래픽./사진=MLB.com 공식 SNS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알리는 그래픽./사진=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공식 SNS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