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살면서 제일 행복해"…세대 넘어선 배움 동행
[EBS 뉴스12]
60대 이상의 어르신 가운데서는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기 어려웠던 분들이 많습니다.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 자신을 희생해 오늘의 청년들을 키워낸 부모님들이죠.
어제, 서울에서는 10대 중학생과 60, 70대 늦깎이 고등학생들이 함께하는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나이를 떠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세대를 초월한 교육 현장을 서진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학교를 나섭니다.
5분여를 걸어 도착한 곳은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중학생들을 맞아주는 건 늦깎이 고등학생들입니다.
"교복 완전 잘 어울리세요. 교복 완전 잘 어울리세요."
어린 학생들이 할머니뻘 학생들에게 영어 말하기를 가르쳐주는데, 소통부터 쉽지 않습니다.
"크게 해 주세요. 안 들려요. 귀가 안 들려요."
회화 수업의 종착지는 '영어 말하기대회'.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모여 영어 문법부터, 악센트와 발음까지 신경 써가며 무대를 준비합니다.
무대는 천 석 규모의 아트센터.
중학생들은 오늘 하루 할머니가 되어 보고,
"When I was young, my family was very poor and women couldn't have any opportunities to study at that time.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이 너무 가난해서 여자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어.
I was so jealous of my older brothers going to school."
그래서 나는 남자 형제들이 너무 부러웠지."
늦깎이 학생들은 청춘을 되찾았습니다.
"While I'm dancing I can forget everything. Dancing is my life. "
"춤을 출 때면 나는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춤은 내 삶이야."
어르신들은, 배움에는 늦은 게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신이자 고2 /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70년 살면서 지금이 제일 행복해 진짜. 얼굴에 보이지 않아요? 하루라도 늦기 전에 빨리 오시는 게 당신한테 많이 도움이 되니깐 빨리 오세요. 일성으로."
인터뷰: 선이남 고2 /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일성여중고에) 와서 보니깐 너무 좋았어요. '나한테도 이렇게 공부를 해보니 할 수 있는 끼가 있고 재능이 있었구나'. 젊었을 때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후회를 조금 많이 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도."
할머니들의 도전에 10대들은 용기와 정을 느낍니다.
인터뷰: 조유미 하주은 진연진 / 서울 서울여자중학교
"할머니들이랑 같이 해서 그런가 할머니들이 간식 같은 거 너무 많이 주셔서 맛있었고 재밌었던 거 같아요.
좀 늦긴 했어도 배울 용기나 그런 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청소년과 학력인정기관의 어르신들의 '세대 배움동행'을 내년부터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늦깎이들의 무대가 더 넓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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