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이 심장, 오래 뛰게 할게요”…4명 살린 아기천사 부모가 받은 편지

의식불명 상태였던 정아영 양의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의식불명이 된 아기의 심장을 다른 아이에게 주기로 한 고(故) 정아영 양 부모가 감사편지를 받았다.

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 따르면 아영 양 심장을 이식받은 두 살 배기 아이의 주치의  A씨는 아영 양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아이에게 새 삶을 준 가족들의 마음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편지에서 A씨는 “성인 키 정도의 생명유지장치 줄에 매여 기계로부터 떨어지지 못하고 살던 아이의 기적과 같은 일상은 모두 아영이와 힘든 결정을 해준 아영이 부모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아기에 대해 A씨는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 심실보호장치에 의지해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라며 “(입원 후) 450일이 지나 병원 밖을 처음 경험한 아이는 모든 걸 새롭고 신기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장이)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며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선한 아이가 되길 곁에서 돕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그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며 “감히, 아영이 부모님도 아파해하지만 마시고 아영이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으시길 기도합니다”라고 바람을 담았다.

지난 2016년에 태어난 아영 양은 산부인과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로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의식을 잃었다. 이후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한 채 대학병원 통원 치료를 하며 지내왔으나, 2019년 10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지난 6월 부산양산대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 아기 천사는 하늘로 가는 길에 심장, 폐, 간, 신장을 기증해 또래 환자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앞서 아영 양의 사고는 산부인과 사고 때 간호사 학대가 의심되면서 ‘아영이 사건’으로 불리며 알려지기도 했다. 아영 양이 있던 산부인과 간호사 B씨는 2019년 10월 부산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한 손으로 신생아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거나 아영이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등 14명의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를 받아 지난 5월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