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문화재단, 공공예술 프로젝트 '풍부한 피난처' 4일 개막
카메라·녹음기·라디오 등 익숙한 도구 활용, 다른 감각과 시야로 작품 풀어낼 예정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문화재단이 오는 4일부터 19일까지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멈추면 생동 2023-풍부한 피난처'를 개최한다.
참여 작가들은 올해 프로젝트에서 지난해보다 한층 더 깊어진 시선으로 수원공군비행장이 서수원의 도시구조와 생활에 미친 영향을 탐색한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상상이 허락되는 생동하는 장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프로젝트를 관통는 키워드는 '풍부한 피난처'다. 풍부한 피난처는 수원군공항 소음 영향권에 위치한 권선구 서둔동과 탑동, 벌터마을 일대를 일컫는다.
이곳은 군비행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45년 건설된 수원군공항은 1954년 우리나라 공군으로 이양된 후 현재까지 69년째 존치되고 있다.
처음 군공항이 들어오고 그 주변은 병력이나 상시 출입하는 인원들로 인해 지역 상권이 활성화가 됐다. 당시만 해도 농업을 위주로 서민들이 생계를 꾸려갔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군부대는 지역 상인들에게 가정 경제를 이끌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반세기 넘는 시간이 흘러 군공항이 주둔한 부지를 제외한 시내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도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금의 수원군공항은 소음 및 학습권 피해와 함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미치는 주범으로 전락하며 지역사회로부터 이전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번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수원군공항과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작가들이 다루는 프로젝트는 ▲참여작가 활동 ▲아지트 생활 ▲오픈사이트 등 크게 3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우선 참여작가 활동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초청된 작가 11개 팀이 주제와 장소, 활동 중심의 작품 선택 기준에서 하나를 택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을 공개한다. 고정관념을 허무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도시의 경직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면서 미처 눈 여겨보지 못 했던 다양한 관계망의 존재들을 살펴본다. 카메라와 녹음기, 라디오, 간단한 시약과 실험도구를 활용해 군공항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수원의 속살을 보여준다.
'참여작가 활동' 예술의 시야와 확장된 감각
'생태조례준비팀'은 사회학 연구자인 권범철 작가를 비롯한 강호진, 김신윤주, 김영준, 임지연 등 5명이 참여해 자연의 권리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생태조례 제정 과정과 결과물을 전시한다.
이소요 작가는 탑동시민농장 등지에서 토양을 채집해 이를 PCC검사로 시각화된 이미지로 제작한 생태지도를 발표한다. '어반퀘렌시아'는 금경화, 최영준, 우지현, 조신형, 장수아 등 작가 5명이 한 팀으로, 경작도시 수원을 주제로 지역 리서치 후 이를 시각화한 맵핑을 선보인다.
자율디자인랩은 김상규, 최재공, 박성원, 이서영, 안아빈 등 작가 5명이 함께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매개공간 구조물을 보여준다. 언메이크랩은 송수연, 최빛나 두 명의 작가가 탑동 시민농장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 리서치와 모니터링한 결과물을 전시한다.
장소 중심을 선택한 작가 5명은 군공항 이전 등 서수원의 장소적 맥락에 기인한 이슈를 탐구했다. 김양우는 '공기 흐름 소리'(Air Flow Sound)을 주제로 라디오 워크샵과 습지투어를 통해 모색한 내용과 결과물을 내놓는다. '우리 공명하는 존재들'이란 작품 타이틀을 내건 서현덕은 아이들과 채집한 사운드로 제작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배포하고 그동안 밟아온 작업 과정을 전시한다.
전광표는 '서수원 사운드 캠프'라는 제목으로 서수원 일대의 소리환경을 탐구하고 채집한 소리를 시각화했다. 홍이현숙은 비행장 소음으로 차단되는 청각을 이용한 수화 프로젝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정원연은 서수원 일대를 탐조하며 시를 창작하고 관찰한 작품을 공개한다.
활동 중심의 작가는 '줍줍줍'이다. 로컬스트레인지와 안데스, 이주영, 위드데이, 조은지로 꾸려진 이 팀은 줍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채집하기', '발견하기', '점유하기' 활동을 제안한다.
'오픈사이트'는 군공항 이전이 유예된 영토의 흥미로운 활용법을 다룬 프로그램 2개를 진행한다. 수원군공항은 분단이 끝나거나 군공항이 이전되기 전에는 크게 변하기 어려운 곳이다. 만일 시민들이 이곳에서 의기투합하면 현대화된 도시에 결여돼 있는 여러 가치를 실현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사이트'를 과감하게 운영해보려는 시도는 이를 향한 첫 걸음인 셈이다. 하나는 구술연구자인 김형아 씨와 함께 소음피해지역 동네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무심경작길 걷기' 프로그램이다. 전시 기간 동안 총 3차례(5·11·18일)에 걸쳐 진행된다. 참여방법은 '멈추면 생동 2023' 인스타그램을 참조하면 된다.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시민활동가와 작가, 연구자로 자문위원을 꾸린 '시민 공동기획단'과 함께 서수원의 해결책을 찾아보는 '서수원 도시 테라스' 포럼도 열린다.
협력을 통한 변화와 탈영토의 상상력
이 공간에서 생활하는 작가들과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박찬국 예술감독이 관람객들과 어우러져 아직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는 레시피로 탄생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프로젝트 개막행사는 전시 첫 날인 4일 오후 1시 20분부터 2시 50분까지 연결 퍼포먼스와 환영 퍼레이드, 커뮤니티 푸드가 이뤄진다.
전시연계 행사도 마련됐다. 개막 첫 날 조은지 작가의 유기농 깃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폐막날인 19일 '어반퀘렌시아' 작가팀의 비무장 경작지대 토크까지 관람객을 맞을 채비를 끝냈다. 자세한 사항은 '멈추면 생동 2023' 인스타그램, 수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재단 시민문화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멈추면 생동 2023-풍부한 피난처'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법정문화도시 조성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자유로운 예술가와 의지가 있는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공공예술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기 위해 이뤄지게 됐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비행기 굉음으로 상징되는 서수원은 그동안 개발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적게 미치면서 도시화가 덜 이뤄진 반면 생태적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소중한 영토"라며 "풍부한 피난처에 주목한 이번 프로젝트는 활동과 전시를 통해 관심과 연결이 넓어지고 인간 외의 다양한 생명체들의 관계망을 모색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혜경 벌금형 선고에…이재명 "아쉽다" 민주 "검찰 비뚤어진 잣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