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카카오·BNK금융·키움증권, 국민연금 칼 빼드나

투자목적 주주권 행사 가능한 '일반투자'로 상향
윤 대통령 발언 맞물려 귀추 주목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지난 1일 카카오와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각종 의혹과 사건·사고에 휘말린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와 은행의 횡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날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변경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대통령의 발언 전에 변경했고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들 회사에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전날 카카오, 카카오페이,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현대로템, CJ대한통운 등의 지분 보유(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경우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중 하나로 보고해야 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단순 의결권만 행사한다.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참여'가 되면 회사 임원 선·해임 등으로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카카오 등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꿈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 중인 국내 주식 종목 1175개 중 보유 목적이 일반투자인 것은 100여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카카오 등은 최근 각종 의혹과 사건·사고가 불거진 곳들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시세조종 의혹에 휩싸여 김범수 창업자가 금융감독원의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BNK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인 경남은행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올해만 두 차례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가 논란이 됐다.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