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펑펑! 원주 양궁부대가 뜬다
원주 농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원주 산성’으로 대표되는 높이 농구다. 여기에는 팀 역사상 최고 레전드 김주성(44‧205cm)이 있다. 200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원주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명 당시 팀내 최고참이었던 허재가 만세를 불렀을 정도로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이를 입증하듯 입단하기 무섭게 맹활약을 펼치며 '원주=높이'라는 승리 공식을 만들어 냈다.
정규시즌 우승 5회(공동 1위 제외), 챔피언 결정전 우승 3회 등 김주성과 원주는 전설을 함께 써내려갔다. 빅맨의 신장으로 어지간한 윙 자원보다 더 빠르게 달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주성은 최대 장점인 수비력에 더해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상당 부분 수행했다. 리온 데릭스, 자밀 왓킨스, 레지 오코사, 로드 벤슨 등 쟁쟁한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낸 '트윈타워'는 상대팀 입장에서 통곡의 벽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외국인선수 2인 출전 시절에는 나머지 한명을 단신 테크니션으로 뽑을 수 있어 효과를 더욱 극대화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런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다름아닌 3점슛이다. 원주하면 흔히 높이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칫 빡빡할 수도 있는 골밑을 시원하게 풀어줬던 양궁 농구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입증하듯 원주는 대대로 빼어난 슈터들이 많았다. 원년 3점슛 왕인 ‘사랑의 3점슈터’ 정인교를 필두로 ‘총알탄 사나이’ 신기성 또한 전문 슈터 포지션만 아닐 뿐 외곽슛 능력은 리그 탑급이었다. 양경민은 안정적인 3점슛에 더해 수비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던지라 현재까지도 3&D 플레이어의 교과서로 불린다. 이광재같은 경우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져 원조 ‘원주 아이돌’로 높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현재는 KCC 소속이지만 허웅(30·186㎝) 또한 원주에서 특급 슈터로 성장한 케이스다.
식스맨급 슈터들의 공헌도 적지 않았다.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당시 비록 단 한경기이기는 했지만 신종석의 미친듯한 3점 퍼포먼스가 아니었으면 오리온스에게 우승을 넘겨줬을 가능성도 컸다. 손규완, 강대협 등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바 있으며 슈터형 외국인선수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던 팀도 바로 원주다.
역대 최고 외국인 슈터 데이비드 잭슨(45·191cm)은 원주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원주 팬들로서 잊지 못할 존재다. 잭슨은 말 그대로 ’슛 원툴‘ 외국인 선수였다. 단신 외국인 선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이나 다재다능한 테크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놀라운 센스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도 아니었다.
간혹 어이없는 플레이로 팀 동료들까지 뒷목잡게 하기 일쑤였으며 외국인 선수답지 않게(?) 정훈 등 수비 좋은 국내 선수에게 꽁꽁 묶이는 경우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슨은 버릴 수 없는 패였다. 슈팅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영점이 안 잡히는 경우 다소 헤매기도 했으나 한번 손끝 감각을 찾게 되면 무섭게 폭발했다.
안정감보다는 기복은 있지만 몰아치는 슈터였다. 이런 유형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잭슨의 폭발력은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누구를 붙여놓아도 감당이 안됐다. 거리조차 따지지 않고 난사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던져댔는데 그럼에도 성공률이 높았던지라 이른바 ’잭슨타임‘이 시작되면 상대팀은 백기를 들기 일쑤였다.
아직 시즌초이기는 하지만 DB는 4승 무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SK, KCC, KT, LG 등 당초 4강 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빠르게 순항중이다. 여기에는 새로이 합류한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6‧201cm)의 영향이 크다. 당초 DB는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32‧206.3cm)와 강상재(29‧200cm)의 존재로 인해 높이에서만큼은 최고였지만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제대로 활용이 안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아시아쿼터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이선 알바노(26‧185cm)가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했으나 혼자서는 짐이 너무 버거웠다. 그런 상황에서 로슨이 내와곽을 넘나들며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것은 물론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용까지 뽐내게 되자 강점인 높이가 확 살아났다. 알바노 역시 부담을 덜고 좀 더 자유롭게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다.
강해진 것은 높이뿐만이 아니다. ‘DB의 진정한 힘은 양궁부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3점슛이 매우 강력해졌다. DB는 현재 소노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경기당 3점슛(11.5개) 성공을 기록하고 있다. 소노가 대놓고 3점슛 농구를 펼치는 것과 달리 높이 농구를 메인컨셉으로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수치다.
여기에는 역시 로슨의 힘이 크다. 로슨은 경기당 4.2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성공률 역시 45.95%로 훌륭하다. 더불어 그는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된다 싶으면 빼주는 패스가 아주 좋은데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의 3점슛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김영현(경기당 1.50개‧성공률 60%), 최승욱(경기당 1.50개‧성공률 75%), 서민수(경기당 1개‧성공률 66.67%), 박인웅(경기당 1.25개‧성공률 45.45%) 등은 하나같이 위력적인 궁수로 탈바꿈했다. 심지어 3점슛을 약점으로 지적 받고있는 박찬희조차 시도회수(0.67개)는 적지만 66.67%로 고감도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다.
높이만을 의식하다가는 3점슛 폭격으로 초토화되기 일쑤다. 무빙 슈터 유형의 두경민까지 돌아온다면 위력은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높이 쌓아 올린 산성에 양궁 부대까지 쟁쟁한 DB가 다양한 무기를 앞세워 엣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확실한 것은 원주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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