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마약, 도대체 얼마나 늘어난 걸까?

안혜민 기자 2023. 11. 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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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마약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연일 사회면 뉴스가 뜨겁죠? 최근 뉴스 속 세상을 가득 메운 건 사기꾼 이야기와 연예인들의 마약 이야기였습니다. 마약 이야기만 생각해 보면, 최근 연예인들의 마약 의혹뿐 아니라 예전엔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사건도 있었죠. 살 빼는 약, 우울증 치료제, 수면 마취제 등 마약류 의약품들의 오남용 이슈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어느새부턴가 마약이 우리 일상 곳곳으로 침투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도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고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선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어느 정도로 퍼져있는지, 그 상황이 어떠한지 데이터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국내외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나라 마약 실태가 어떤지 파악해 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마약, 도대체 얼마나 늘어난 걸까?
마약청정국이라는 허상

일단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여러 기사에서 보면 "과거엔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었는데, 요즘엔…"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봤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마약청정국'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따로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 대신 국제적으로 약물 남용자의 수치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있긴 합니다. 마약류 범죄계수라는 건데, 이 계수는 인구 10만 명 당 마약류 범죄로 단속되는 인원을 나타냅니다. 학계에서는 이 수치가 20을 넘게 되면 마약이 사회로 급속하게 퍼질 위협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만일 이 20을 기준으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마약청정국이었을까요? 2000년부터 2023년 8월까지 24년 동안의 마약류 범죄계수를 계산해 봤습니다. 주민등록인구통계와 마약류 범죄사범 데이터를 통해 계산해 보면, 24년 중 15년은 그 수치가 20이 넘게 나옵니다. 이미 2000년부터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 아닌 셈이죠.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너무 마약에 대해 무신경했고, 우리나라가 마약으로부터 깨끗한 국가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Q. 마약류와 마약, 뭐가 다른 거죠?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마약류와 마약은 뭐가 다른 걸까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마약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마약류라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마약류라는 개념 안에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그리고 대마가 포함되어 있거든요. 마약류는 우리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각성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들 중에서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우리 몸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약물들을 뜻합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이 조금은 생소할지 모릅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애초에 처음 개발되었을 땐 치료 목적으로 각성제나 진통제로 만들어졌지만, 알고 보니 의존성과 중독성이 있는 약물들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LSD, 필로폰, 졸피뎀, 프로포폴 등이 향정신성의약품에 들어가죠.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은 원래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각성제로 지급하던 약품이었고요, 졸피뎀과 프로포폴은 여전히 수면제와 마취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물들이 중독성이 높은 만큼 국가에선 철저하게 마약류로 관리하고 있는 겁니다.

10대, 20대 마약사범이 늘었다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얼마나 퍼져있는지 그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는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규모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마약류 범죄를 저질러서 잡힌 사람들을 통해서 규모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데이터는 대검찰청이 월마다 공개하고 있는 마약사범 데이터입니다. 2000년부터 2023년 8월까지의 자료를 살펴볼게요.

가장 최근 자료는 2023년 8월입니다. 올해 8월까지 누적된 마약사범은 1만 8,187명. 아직 2023년이 4개월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작년 2022년의 마약사범 규모(1만 8,395명)에 육박한 수준입니다. 연령대로 보면 10대와 20대, 30대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최근 마약사범 중 2030의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거든요. 2021년에 그 비율이 56.8%로 처음 절반을 넘었는데, 2022년엔 57.1%로 최고치를 기록했죠. 올해 8월까지 이미 51.6%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 연말까지 가면 그 수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10대 마약사범입니다. 작년에 10대 마약사범은 모두 481명으로 지난 23년의 데이터 중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미 8월까지의 데이터에서 10대 마약사범이 875명이나 기록됐죠. 이미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역대 최초로 1,000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필로폰


대검찰청의 마약사범 데이터는 적발된 사람들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하지만 마약 범죄는 검거 대비 실제 발생하는 범죄의 비율이 높아요. 그렇다면 검거되지 않은 사람들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두 번째로 살펴볼 데이터는 식약처의 하수역학 데이터입니다. 식약처에서는 하수에 남아있는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해서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고 있어요. 이 기법을 활용하면 잡히지 않았지만 실제로 마약사범들이 사용하는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파악할 수 있죠. 이미 호주나 EU에서는 활용 중인 조사기법이기도 합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조사된 34개의 하수처리장 데이터를 살펴보면 일단 필로폰은 34개 하수처리장 모든 지역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주요 마약류 가운데 가장 많은 양으로 추정됐죠. 2020년엔 전국에서 하루에 1,000명 당 24.16㎎의 필로폰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2022년엔 그래도 이보다 줄어든 18.07㎎으로 나왔습니다. 참고로 EU에서 2022년에 하수처리장에서 추정한 필로폰 사용양은 하루 평균 43.87㎎이었어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주요 마약류 중에 늘어나고 있는 건 엑스터시라고 불리는 MDMA입니다. 2020년 1.71㎎에서 2021년 1.99㎎, 2022년엔 2.58㎎으로 추정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죠. 반면 유럽에선 엑스터시 사용량이 2019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9년 31.26㎎에서 2022년 17.44㎎까지 말이죠. 물론 그 규모가 우리나라 추정량보다 10배 이상이지만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항만이나 대도시 지역의 마약 추정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부산이나 인천, 울산 등 항만을 끼고 있는 도시들의 추정량은 31.63㎎으로 그 외 지역들의 18.26㎎보다 1.7배 높습니다. 특별시, 광역시 등 대도시의 하수에선 26.52㎎ 수준이었지만, 그 외 지역에선 13.14㎎으로 나왔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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