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을 기다렸다' 텍사스, 6이닝 노히트 굴욕에도 창단 첫 WS 우승 감격 [WS5 게임노트]

윤욱재 기자 2023. 11. 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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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고 기뻐하는 텍사스 선수들
▲ 텍사스 레인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 텍사스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순간.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텍사스가 창단 62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는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5-0으로 제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텍사스는 우완투수 네이선 이볼디를 선발투수로 내세우는 한편 마커스 세미엔(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에반 카터(좌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조쉬 영(3루수)-나다니엘 로우(1루수)-요나 하임(포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트래비스 얀코스키(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채웠다.

이에 맞서 애리조나는 선발투수 잭 갤런을 내세웠으며 코빈 캐롤(우익수)-케텔 마르테(2루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지명타자)-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에반 롱고리아(3루수)-제랄도 페르도모(유격수)로 1~9번 타순을 구성했다.

이날 경기는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양팀은 6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할 정도로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텍사스는 1회초 세민이 중견수 플라이 아웃, 시거가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난데 이어 카터가 헛스윙 삼진 아웃에 그치면서 득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애리조나는 1회말 선두타자 캐롤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2루 도루에 성공, 득점권 찬스를 열었으나 마르테가 2루수 땅볼로 아웃됐고 모레노가 유격수 땅볼 아웃에 그치면서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워커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2사 1,3루 찬스를 이어간 애리조나는 팸이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득점 없이 공격을 끝내야 했다.

텍사스는 2회초 선두타자 가버가 헛스윙 삼진 아웃에 그친데 이어 영이 유격수 땅볼 아웃, 로우가 2루수 땅볼 아웃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역시 득점 없이 공격을 마치고 말았다.

애리조나는 2회말 선두타자 구리엘 주니어가 중전 안타를 터뜨렸고 토마스의 유격수 땅볼로 1사 2루 찬스를 이어갔으나 롱고리아의 타구를 좌익수 카터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으면서 득점 사냥에 실패했다. 2사 2루에서 등장한 페르도모 역시 결과는 우익수 플라이 아웃이었다.

텍사스의 물방망이는 3회에도 이어졌다. 텍사스는 3회초에도 하임이 2루수 땅볼 아웃, 타베라스가 중견수 플라이 아웃, 얀코스키가 유격수 땅볼 아웃에 그쳐 1~9번 타순 모두 무안타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코빈 캐롤(왼쪽)이 2루로 슬라이딩을 시도하고 있다.
▲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애리조나 선발투수 잭 갤런
▲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왼쪽)이 선발투수 이볼디를 격려하고 있다. 이볼디는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애리조나는 3회말에도 캐롤이 중전 안타를 치고 마르테가 볼넷을 고른데 이어 모레노가 투수 희생번트를 성공, 1사 2,3루라는 황금 찬스를 가져왔으나 워커가 헛스윙 삼진 아웃에 그치고 팸도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또 한번 좌절해야 했다.

텍사스는 타순이 한 바퀴가 돌고 나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4회초 1번타자 세미엔은 유격수 땅볼, 시거는 2루수 땅볼로 각각 아웃을 당했고 카터는 헛스윙 삼진 아웃에 그친 것이다.

이어진 애리조나의 4회말 공격. 선두타자 구리엘 주니어가 좌익수 플라이 아웃, 토마스가 2루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 순식간에 2아웃 코너에 몰린 애리조나는 롱고리아의 빗맞은 타구가 우전 2루타로 이어지면서 2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페르도모가 스탠딩 삼진 아웃을 당하는 바람에 0-0 승부가 유지됐다.

5회초 가버와 영이 모두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5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당한 텍사스는 로우가 볼넷을 고르며 이날 경기의 첫 출루에 성공, 마침내 물꼬를 트는 듯 보였으나 하임이 헛스윙 삼진 아웃에 그치면서 득점까지 해내지는 못했다.

애리조나는 계속 득점을 향해 노크를 했다. 그러나 결과물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5회말 공격에서도 그랬다. 선두타자 캐롤이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애리조나는 마르테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불씨를 지폈다. 모레노가 삼진 아웃에 그쳤지만 워커가 우전 안타를 때려 2사 1,3루 찬스를 잡은 애리조나는 워커의 2루 도루로 2사 2,3루 찬스를 이어가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여기에 팸은 볼넷까지 획득, 애리조나에게 만루 찬스가 주어졌다. 하지만 기대는 잠시였다. 구리엘 주니어의 타구는 유격수 땅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그래도 애리조나는 갤런이 6회까지 노히트로 막으면서 0-0 동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텍사스는 6회초 타베라스가 2루수 땅볼 아웃, 얀코스키가 좌익수 플라이 아웃, 세미엔이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줄줄이 아웃됐다.

애리조나 타선도 열기가 식은 것은 마찬가지. 6회말 토마스가 투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난데 이어 롱고리아와 페르도모가 나란히 삼진 아웃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 들어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당한 것.

마침내 텍사스는 7회초 선두타자 시거가 좌익수 앞으로 안타를 때리면서 노히트 굴욕을 탈출했다. 이어 카터가 우전 2루타를 작렬하면서 무사 2,3루 찬스를 획득한 텍사스는 가버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3루주자 시거가 득점, 1-0 리드를 잡는데 성공했다. 갤런은 영을 삼진 아웃으로 잡은 것을 마지막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났고 애리조나는 케빈 진켈을 구원 투입했다. 로우의 땅볼을 잡은 1루수 워커는 지체 없이 포수를 향해 송구했고 홈플레이트로 향하던 카터가 아웃을 당하면서 애리조나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어 하임은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텍사스의 길었던 7회초 공격이 종료됐다.

▲ 월드시리즈 5차전이 열린 체이스필드 전경
▲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결승타를 날린 미치 가버
▲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환호하는 텍사스 선수들

텍사스도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이볼디에 이어 7회말 좌완 파이어볼러 아롤디스 채프먼을 내세운 것이다. 애리조나는 7회말 캐롤이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고 마르테가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모레노가 삼진 아웃에 그치면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이어 워커는 바뀐 투수 조쉬 스보츠를 상대로 중견수 플라이 아웃에 그치고 말았다.

텍사스는 8회초 공격에서 타베라스가 3루 방면 기습 번트를 시도한 것이 출루로 이어지지 않았고 얀코스키의 볼넷과 세미엔의 우전 안타, 그리고 시거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음에도 카터가 헛스윙 삼진, 가버가 유격수 땅볼 아웃에 그쳐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애리조나는 8회말 2사 후 토마스가 중전 안타를 때렸지만 대타로 나온 파빈 스미스가 삼진 아웃에 그치는 바람에 동점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텍사스는 9회초 대거 4득점을 보태며 쐐기를 박았다. 영이 중전 안타를 쳤고 로우가 좌전 안타를 때렸다. 이어 하임이 중전 안타를 쳤고 중견수 토마스의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 2명이 득점, 텍사스가 3-0으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타베라스가 파울팁 삼진 아웃에 그치고 얀코스기가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 2아웃이 됐지만 텍사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미엔의 좌중월 2점홈런이 터지면서 5-0으로 점수차를 크게 벌리며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텍사스는 9회말에도 스보츠가 마운드에 올라 페르모도를 삼진 아웃, 캐롤을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 마르테를 스탠딩 삼진 아웃으로 잡고 헹가래 투수의 기쁨을 안았다. 스보츠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글러브를 던지고 포수 하임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으며 그라운드에 있던 야수들은 물론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박차고 나와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극적인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올해 정규시즌을 90승 72패로 마감한 텍사스는 승률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동률을 이뤘으나 상대 전적에서 밀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를 차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했다.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텍사스의 돌풍은 예사롭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2연승으로 격파한 텍사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무려 101승을 거둔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휴스턴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난 텍사스는 최종 7차전까지 가는 피말리는 승부 끝에 4승 3패로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고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를 4승 1패로 제압하면서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을 맞이했다.

올해 텍사스는 화끈한 공격 야구를 선보였다. 팀 타율 .263, 팀 출루율 .337, 팀 장타율 .452, 팀 OPS .790, 팀 홈런 233개, 1470안타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였다.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타율 .245 39홈런 107타점으로 팀내 최다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으며 시거가 타율 .327 33홈런 96타점, 세미엔이 타율 .276 29홈런 100타점 14도루로 '5억 달러 듀오'의 위력을 과시했다. 영은 타율 .266 23홈런 70타점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고 가버는 타율 .270 19홈런 50타점, 하임은 타율 .258 18홈런 95타점, 로우는 타율 .262 17홈런 82타점, 타베라스는 타율 .266 14홈런 67타점 14도루를 각각 기록했다.

1961년 워싱턴 세네터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텍사스는 1972년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고난의 길을 걸었다. 1996년에서야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텍사스는 2010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으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승 4패로 밀리면서 쓴맛을 봤고 2011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승 4패로 분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9회초까지 7-5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9회말 데이비드 프리즈에 동점 3루타를 맞으면서 악몽의 순간을 맞았고 연장 10회초 조쉬 해밀턴의 우중월 2점홈런으로 다시 9-7 리드를 잡았으나 10회말 랜스 버크만에 동점타를 맞은데 이어 11회말 프리즈에 끝내기 홈런을 허용, 9-10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 6차전의 충격을 잊지 못한 텍사스는 7차전에서 2-6으로 고개를 숙이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텍사스는 다시 월드시리즈로 올라오는데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엔 달랐다. 포스트시즌 원정 경기 11연승이라는 대이변을 낳으면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짝수해 기적'을 연출한 브루스 보치 감독은 텍사스 부임 첫 시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또 한번 명장의 위력을 과시했다. 과거 보치 감독은 2010년, 2012년, 2014년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으며 올해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휘하며 감독으로서 통산 4번째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월드시리즈 MVP는 시거의 차지였다. 시거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286 3홈런 5타점을 폭발했으며 특히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는 9회말 1사 1루에서 5-5 동점을 이루는 극적인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시거가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LA 다저스 시절이던 2020년에도 타율 .400 2홈런 5타점을 쓸어 담으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으며 월드시리즈 MVP로 등극했다.

월드시리즈 MVP를 2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샌디 쿠팩스, 밥 깁슨, 레지 잭슨에 이어 시거가 역대 4번째다. 여태껏 다른 팀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한 사례는 잭슨이 유일했다. 잭슨은 1973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1977년 뉴욕 양키스에서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 월드시리즈 5차전 9회초 쐐기 2점홈런을 날린 마커스 세미엔.
▲ 텍사스 에반 카터(왼쪽)가 2루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 텍사스 선수들이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 2023 월드시리즈 전적

1차전 : 텍사스 6-5 애리조나

승리투수 - 호세 르클레르크(1승 1패 평균자책점 3.65)

패전투수 - 미겔 카스트로(1패 평균자책점 7.20)

2차전 : 애리조나 9-1 텍사스

승리투수 - 메릴 켈리(3승 1패 평균자책점 2.25)

패전투수 - 조던 몽고메리(3승 1패 평균자책점 2.90)

3차전 : 텍사스 3-1 애리조나

승리투수 - 존 그레이(1승 평균자책점 1.59)

패전투수 - 브랜든 팟(1패 평균자책점 3.27)

세이브 - 호세 르클레르크(4S)

4차전 : 텍사스 11-7 애리조나

승리투수 - 앤드류 히니(1승 평균자책점 4.09)

패전투수 - 조 맨티플리(2승 1패 평균자책점 4.70)

5차전 : 텍사스 5-0 애리조나

승리투수 - 네이선 이볼디(5승 평균자책점 2.95)

패전투수 - 잭 갤런(2승 3패 평균자책점 4.54)

세이브 - 존 스보츠(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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