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킹크랩'이 게가 아니라는데 그 이유가 한국 정치와 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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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은 '킹' 사이즈는 맞지만, '크랩'은 아니다.
이게 무슨 '게소리'인가 싶겠지만, 진짜로 킹크랩은 게(크랩)가 아니다.
그런데 킹크랩은 이러한 '게 같음'을 거의 대부분 충족시키지만, 게 가문에 속하지 않는 '유사 게'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대게와 킹크랩의 다리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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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은 '킹' 사이즈는 맞지만, '크랩'은 아니다. 이게 무슨 '게소리'인가 싶겠지만, 진짜로 킹크랩은 게(크랩)가 아니다.
게는 갑각류 중에서도 단미하목(Brachyura)이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동물들로, 티라노사우루스가 뛰어다니던 백악기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조게'의 후손들이다. 게 종들은 '게 같은' 형질을 공유하는데, 이는 같은 십각류에 속한 가까운 친척 분류군인 새우, 가재 등과 게의 차이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넓적하고 평평해진 몸통, 길이가 짧아지고 접혀서 가슴 쪽으로 말려 들어가 '배딱지'가 된 꼬리, 고도로 발달한 집게발, 걷는 데 특화된 다리 등이 '게 같음'을 구성하는 핵심 형질이다.
그런데 킹크랩은 이러한 '게 같음'을 거의 대부분 충족시키지만, 게 가문에 속하지 않는 '유사 게'이다. 킹크랩은 단미하목이 아니라 집게하목(Anomura)에 속하며, 대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오히려 소라게에 훨씬 가까운 친척이다.
달리 말해 킹크랩의 '게 같음'은 진짜 게의 '게 같음'과 기원을 공유하지 않는다. 즉, 게가 게가 된 것과, 킹크랩이 게처럼 된 것은 독립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대게와 킹크랩의 다리 숫자이다. (대게는 다섯 쌍, 킹크랩은 네 쌍이다.)
흥미롭게도 게, 새우, 가재가 속한 십각류에서 게가 아닌 계통이 게처럼 된 경우가 킹크랩 외에도 여럿 관찰된다. 코코넛크랩도 크랩이 아니라 집게하목에 속하는 유사 게이다. 이처럼 게가 아닌 계통에서 게처럼 진화하는 현상을 '게화(carcinization)'라고 부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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