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1방 9236만원→몇번 맞아도 연 780만원…한숨 돌린 희귀질환자

박미주 기자 2023. 11. 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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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코리아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지난달부터 급여 적용 확대돼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가 2일 콘래드서울에서 스핀라자 급여기준 확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바이젠코리아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확대됐다. 기존에는 만 3세 이하에 증상이 발현됐던 환자한테만 급여 적용이 됐지만 지난달부터 만 18세 이하에 증상이 발현된 환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급여 적용을 받는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스핀라자 주사 1회 투여 시 가격은 9235만9131원인데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수차례 주사로 치료하더라도 최고 연 78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2일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는 콘래드서울에서 '스핀라자 급여기준 확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10월1일부터 18세 이하에 증상 나타난 환자에게도 스핀라자의 급여 적용이 가능하게 급여기준이 확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SMN) 단백질 결핍으로 운동신경이 사라지면서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하는 희귀 유전성 신경근육질환이다. 주로 영유아와 소아에게 나타나며 희귀 신경근육 질환으로 장애의 정도에 따라 음식을 삼키거나 숨쉬기도 어려워 치료받지 않는 경우 사망에 이른다. 주로 팔, 다리, 어깨, 목, 허벅지 등 몸통에 가까운 부위에 근육 손상이 나타나서 큰 움직임을 할 수 없으며 특히 다리 근육은 약화 속도가 빠르다. 정확히 집계되진 않지만 국내에 2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바이오젠코리아

척수성 근위축증은 증상 발현 시기에 따라 1~4형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1형은 생후 0~6개월에 증상이 발현되고 보통 2년 이내에 사망한다. 2형은 생후 7~18개월에 증상이 나타나고 도움 없이 앉는 것이 가능하나 직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25세에 70%가량이 생존한다. 4형은 성인기에 증상이 발현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생후 18개월 이후 증상이 나타나는 3형은 만 3세 이전에 발병하면 3a형, 만 3세 이후 발병하면 3b형으로 구분한다. 독립적 보행, 직립이 가능하고 보통 기대 수명과 같다. 그런데 3b형 환자는 상대적으로 발병시기가 늦고 약물치료의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급여권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약효가 있다는 임상시험 등을 근거로 이번에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이 확인된 5q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중 증상 발현 전이라도 SMN2 유전자 복제수가 3개 이하이며 치료 시작 시점이 생후 6개월 미만인 경우에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 바이오젠코리아

급여 적용 확대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바이오젠코리아가 약가협상으로 정한 스핀라자 주사 1회의 상한금액은 9235만9131원이다. 여기서 산정특례를 적용받으면 본인부담금은 치료비의 10%가 된다. 하지만 개인은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을 제한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으로 수차례의 주사 치료를 받더라도 소득별로 정해진 상한까지만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통상 소득분위 1분위일 때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은 87만원, 10분위일때는 780만원이다.

간담회에서 'SMA 치료 환경의 변화와 스핀라자의 임상적 효과'를 발표한 박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여러 국가들에서 진행된 실제 임상증거 연구들을 통해 후기발현형 SMA 환자에 스핀라자 투여 시 다양한 운동기능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SMA 3b형 환자들도 점진적인 근육 약화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 급여 기준 확대로 3b형 환자들 또한 근본적인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운동기능이나 삶의 질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엄격한 급여 중단 기준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번 이상 투여했을 때 회복이 안 되면 투여(급여 적용) 중단인데 서서히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며 "(정부가) 너무 짧게 보는 거 아니냐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스핀라자는 사전심사를 통해 급여 투여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황세은 대표는 "바이오젠코리아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SMA 분야 최초의 치료제인 스핀라자를 통해 국내 SMA 치료 표준을 세우고 환자들의 삶과 일상 생활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급여기준 확대와 평가도구 추가를 통해 더 많은 국내 SMA 환자들이 약물치료 기회를 얻고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계에선 지난해 말 기준 1만4000여명의 환자가 스핀라자로 치료 받았고 그 중 3분의 1은 성인 환자였다. 치료제를 만든 바이오젠은 1978년 설립된 다국적 생명공학 회사다. 바이오젠코리아는 2017년 7월 설립됐고 스핀라자의 첫 국내 급여 등재는 2019년 4월 이뤄졌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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