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달러' 듀오가 해냈다! TEX, PS 원정 11연승 新 유지→1961년 창단 이후 63년 만에 첫 WS 우승 '기염' [WS]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근 스토브리그 때마다 조금씩 전력을 보강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텍사스 레인저스. 최장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팀 2위에 올라 있었지만, 드디어 63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텍사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5차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5-0으로 승리,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근 스토브리그 때마다 전력을 보강했던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WC)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뒤 그야말로 '폭주'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라는 동부지구 강팀들을 차례로 꺾은 텍사스는 7년 연속 챔피언십(ALCS) 무대를 밟은 휴스턴 애스트로스까지 격파하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텍사스는 치열한 타격전 끝에 첫 경기를 손에 넣었지만, 이튿날 1-9로 완패를 당하면서, 홈에서 나란히 1승씩을 나눠가졌다. 이후 3차전에서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허리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 맞닥뜨렸으나, 3-1로 승리하며 시리즈의 우위를 점했고, 4차전에서는 '주포'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마운드를 폭격하며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좋은 기세는 곧 우승으로 연결됐다. 이날 텍사스는 선발로 출격한 '가을사나이' 내이선 이볼디가 6이닝 동안 투구수 97구, 4피안타 5볼넷 5탈삼진 무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고, 타석에서는 마커스 세미엔이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코리 시거가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미치 가버와 요나 하임이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완승을 거두며, 1961년 구단이 창단된 후 첫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 선발 라인업
텍사스 : 마커스 세미엔(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에반 카터(좌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조쉬 영(3루수)-네이트 로우(1루수)-요나 하임(포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트래비스 얀코스키(우익수), 선발 투수 내이선 이볼디
애리조나 : 코빈 캐롤(우익수)-케텔 마르테(2루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지명타자)-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에반 롱고리아(3루수)-헤라르도 페르도모(유격수), 선발 투수 잭 갈렌
# 다시 성사된 맞대결, '에이스' 수식어 아깝지 않았다
지난 1961년 구단을 창단한 이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둔 텍사스, 'BK' 김병현이 몸담고 있었던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지만, 1승 3패의 수세에 몰린 애리조나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에이스'들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텍사스는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이볼디, 애리조나는 시리즈를 더 끌고가기 위해 갈렌을 출격시켰다.
이들은 지난 1차전에도 한차례 맞대결을 가졌는데, 이볼디와 갈렌 모두가 웃지 못했다. '가을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유독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볼디는 지난 1차전에서 4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5실점(5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포스트시즌 내내 '에이스'라는 칭호에 조금 못 미치는 투구를 거듭하던 갈렌 또한 1차전에서 5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이날 에이스들의 투구는 분명 지난 1차전과 달랐다. 먼저 투구에 나선 갈렌은 압도적이었다. 갈렌은 1회 마커스 세미엔-코리 시거-에반 카터로 이어지는 텍사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더니 2회 삼진 1개와 땅볼 2개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3~4회에도 텍사스 타선을 봉쇄하며 '퍼펙트' 투구를 어어갔다. 갈렌은 5회 2사후 네이트 로우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처음으로 주자가 1루 베이스를 밟는 것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도 실점은 없었다.
갈렌과 달리 불안했지만, 이볼디도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이볼디는 1회 코빈 캐롤에게 볼넷-도루, 크리스티안 워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 3루 위기에 몰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토미 팸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이볼디는 2회에도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는 등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에반 롱고리아-헤라르도 페르도모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워 이닝을 매듭지었다.
꾸준히 주자를 내보냈지만, 막상 실점 위기에서 이볼디의 투구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이볼디는 캐롤에게 안타, 마르테에게 볼넷, 희생번트를 허용하면서 1사 2, 3루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후속 타자들을 깔끔하게 요리했고, 4회 2사 2루도 무실점으로 극복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맘껏 뽐냈다. 반대로 애리조나 타선은 찬스만 열심히 만들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이볼디는 5회에도 케텔 마르테와 팸에게 볼넷, 워커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2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리엘 주니어를 땅볼 처리하면서 무실점을 마크했고, 양 팀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경기 중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애리조나의 갈렌은 6회에도 텍사스 타선을 봉쇄하며 '노히트' 투구를 이어갔고, 이볼디는 처음으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 노히트가 깨지고, 무너진 균형
이날 텍사스는 애리조나 '에이스' 갈렌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출루는 볼넷 1개가 고작이었는데, 텍사스 타선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7회였다. 텍사스는 7회초 선두타자 시거가 갈렌의 4구째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너클 커브를 공략, 좌익수 방면에 첫 안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텄다. 이 기회를 텍사스는 놓치지 않았다.
텍사스는 이어 에반 카터가 갈렌의 2구째 너클 커브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고, 우익수 방면에 2루타로 연결시켰다. 텍사스는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둔 만큼 팬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글로브라이프필드를 개장했는데, 구장을 찾은 팬들은 연속 안타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득점과 연결됐다.
텍사스는 이어지는 무사 2, 3루 찬스에서 미치 가버가 가렌의 93.7마일(약 150.8km) 직구를 제대로 공략했고,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꿰뚫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다만 이어지는 1, 3루 찬스에서는 조쉬 영이 삼진을 당했고, 애리조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케빈 진켈을 투입했는데,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1-0으로 앞서는데 만족해야 했다.
# 1점차 지켜내더니 쐐기까지 박고, 포스트시즌 원정 11연승으로 만든 우승
텍사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수많은 기록을 탄생시켰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원정'에서의 강함이었다. 텍사스는 전날(1일) 애리조나의 홈에서 열린 4차전을 잡아내면서 포스트시즌 원정 10연승을 질주,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을 이어갔는데, 이날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도 원정에서 만들어내면서 11연승이라는 기록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게다가 텍사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취점을 뽑아낸 경기 승률 100%를 자랑했는데, 이 공식 또한 이어졌다.
텍사스는 선취점을 뽑은 뒤 '가을사나이' 이볼디를 내리고 본격 불펜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먼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쿠바산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 채프먼은 등판과 동시에 첫 타자 캐롤을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마르테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후속타자 모레노에게 '위닝샷'으로 100.8마일(약 162km) 직구를 던져 삼진을 솎아내,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후 텍사스는 조쉬 스보츠를 투입했고, 워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이닝을 매듭지었다.
텍사스는 8회초 만루 찬스에서 추가점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흐름을 탄 텍사스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텍사스는 8회말에도 스보츠가 등판했고 팸을 삼진, 구리엘 주니얼르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이후 알렉 토마스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대타 파빈 스미스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기를 드높였다. 그리고 9회초 공격에서 쐐기를 박았다.
텍사스는 9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영이 애리조나의 바뀐 투수 폴 시월드를 상대로 안타를 쳐내며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네이트 로우가 연속 안타를 터뜨리면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요나 하임이 시월드의 초구 92.9마일(약 150km) 직구를 공략, 중견수 방면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때 애리조나 중견수 토마스가 하임의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치명적인 실책까지 저지르면서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향해 내달렸고, 격차는 3-0까지 벌어졌다. 체이스필드는 조용했지만, 글로브라이프필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텍사스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텍사스는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세미엔이 시월드의 2구째 92.5마일(약 148.9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힘차게 방망이를 내돌렸고, 이 타구는 쐐기를 박는 좌월 투런포로 연결됐다. 그리고 텍사스는 9회말 수비에서도 스보츠가 등판, 위기 없이 애리조나 타선을 봉쇄하고 63년 만에 우승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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