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인 혐의 기소됐다 무죄 받은 ‘금오도 사건’ 남편, 보험금 청구 소송 최종 승소

금오도 사건 당시 피해자가 타고 있던 차량. 여수 해경 제공.

보험금 편취를 위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여수 금오도 사건’의 남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A 씨가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청구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보험사들이 A 씨에게 보험금 12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고의로 사고를 가장하여 망인을 살해하거나 보험금 부정취득을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지연손해금 기산점에 대한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파기자판 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앞서 보험금 청구소송 1심 재판부는 "우연적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이고, 이 사건 사고 자체에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고의로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을 개연성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며 원고 패소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 씨가 사건 전후로 급히 금전이 필요치 않았고 사고 후 구조를 위해 노력했단 점을 볼 때 고의성이 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 설계사로 일하던 A 씨는 단골식당에서 알게 된 종업원 B 씨와 교제를 시작했고 2018년 12월 10일 혼인 신고를 했다. A 씨는 같은해 12월 31일 B 씨에게 "해돋이를 보러 가자"며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금오도의 선착장으로 향했다. 당일 A 씨는 선착장 경사로에서 후진하다가 난간을 들이받은 뒤 중립 기어를 해놓은 상태에서 "차 상태를 확인한다"며 내렸다. B 씨가 혼자 타고 있던 차량은 경사로를 따라 바다로 빠졌고, B 씨는 익사했다.

그런데, B 씨와 혼인하기 전 5건의 보험에 가입했고, 사건 전 보험 수익자가 모두 A 씨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수사기관은 A 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B 씨를 고의로 살해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형사소송 1심에서 A 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심은 살인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하고 과실치사 혐의만을 인정해 금고 3년 형을 선고했다. 2020년 9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