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8천만원 넘는 법인승용차 '연두색 번호판' 달아야(종합)
개인사업자 차량엔 미적용…"고가 법인차 사적사용·탈세 방지 위한 제도"
"연간 2만∼3만대 부착할 듯"…'적용대상 축소·시행시점 지연'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내년 1월부터 법인 승용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공공·민간법인이 신규·변경 등록하는 8천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가 그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당초 정부가 밝혔던 것보다 적용 대상이 축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위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오는 23일까지 행정예고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법인 승용차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법인 명의의 '슈퍼카' 등 고가 차량을 법인 소유주 등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토부는 연두색 번호판 적용 대상 차량을 '가격 8천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로 정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어 배기량이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8천만원'은 국민이 통상 '고급차'로 인식하는 대형차(자동차관리법상 배기량 2천cc 이상)의 평균 가격대다. 지난 7월부터 모든 차량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고가차량 보험료 할증 기준에도 해당해 범용성과 보편성을 갖춘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전형필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차량 가격 기준은 자동차등록부에 등록되는 출고가"라며 "중고차인 경우 구입 시점의 가액이지만, 통상 법인은 중고차를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민간 법인소유, 리스차량뿐 아니라 장기렌트(1년 이상), 관용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연두색 번호판은 내년 1월 이후 신규·변경 등록하는 승용차에 부착된다.
국토부는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권리·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번호판 적용을 통해 사회적 자율규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친환경차에 하늘색 번호판을 부착할 당시에도 제도 도입 이후 등록한 차량에만 적용한 바 있다고 국토부는 부연했다.
개인사업자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는 "개인사업자 차량도 세제감면을 받으니 법인 차량과 형평성 차원에서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개인사업자는 사적 사용을 하더라도 횡령·배임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업무와 사적 이용 구분이 곤란한 점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또 공공법인 명의 관용차 중 경호·수사·보안 목적으로 사용되는 차량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형필 국장은 국회의원이 사용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은 관용차가 있지만, 다른 국회의원 차량은 개인 소유"라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법인 승용차용 번호판 도입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현재 8천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는 17만∼20만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법인이 약 3년마다 한 번씩 차량을 교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2만∼3만대가량이 연두색 번호판을 달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정부는 '국가유공자 전용 번호판'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번 제도는 국토부가 지난 1월 공청회에서 밝힌 최초 방안보다 적용 대상이 축소되고, 시행 시점도 다소 뒤로 밀렸다. 당시 가액 제한은 언급하지 않고 '올해 하반기' 시행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공청회 발표 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합리적인 적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당초 공약 취지가 고가 법인차량의 사적 사용 및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이기에 모든 법인차에 적용하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는 8천만원 미만 차량은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차량 외관에 회사명 등을 래핑하는 만큼 사적 사용 가능성이 작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전형필 국장은 연두색 번호판 시행에 따른 법인차의 사적 사용 감소 전망에 대해 "부모가 속한 법인의 고가 수입차를 이용해 자녀가 심야에 유흥주점을 방문한다거나, 등교용으로 사용하는 등의 행태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제도의 취지"라고 밝혔다.
전 국장은 고가 수입차의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선 "1년에 등록되는 신차 가운데 이번 제도의 영향을 받는 차량은 2만대 남짓인데, 법인이 제도를 의식해 구매를 줄일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제도 자체로 세금을 더 내는 등 경제적 불이익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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