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전문가들이 본 ‘남현희 전 연인’ 전모씨 사진 “딱 봐도 사기네”
“까만 옷 입은 사람들에 ‘여기 서 있어’ 시킨 수준”
“돈을 얼마 줬는지는 잘 몰라도…이건 연출된 사진 같습니다. 까만 옷 입은 사람들한테 ‘너 여기 서 있어’ 이렇게 시킨 수준이에요.”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씨와 결혼 계획을 발표한 뒤 사기 혐의로 체포된 전모씨(27)의 과거 사진을 본 김환목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20년 넘게 전직 대통령 5명을 경호한 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전씨의 ‘경호원 대동’ 사진을 두고 “경호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들을 세워놓고 흉내낸 사진”이라며 “이런 거로 사람들을 속이려 했다는 게 황당하다”고 했다.
전씨의 사기 행각이 알려진 후 SNS를 중심으로 전씨가 국내 모처의 바닷가에서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있는 사진이 확산됐다. 사진에는 전씨가 경호원 차림의 남성들 네다섯 명에게 둘러싸여 바닷가를 걷는 모습이 담겼다. 2일 해당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사진만 봐도 사기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속 경호원들이 경호 대형을 지키지 않았고, 복장과 경계 태세도 어색해 ‘과시용’ 의도가 뻔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설지환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경찰경호계열 교수는 전씨가 경호원들과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 사진을 보고 “이게 무슨 경호냐”고 했다. 설 교수는 “4~5명이 붙어서 경호를 한다면 펜타곤 모양으로 앞뒤, 양옆으로 서서 대형을 만들고 팀장이 경호 대상자 우측에 붙어 있는 게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경호 인원도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를 경호할 때도 1명만 가까운 거리에 있고 나머지는 경호원들은 일반 수행원처럼 떨어져 있는다”면서 “위험한 상황도 아닌데 이렇게 연출하는 건 ‘보여주기’를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호 이론에 비춰봐도 경호원들의 경계 태세가 어색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경호원이 여러 명이면 각자 경계할 방향과 위치가 정해져 있다”며 “그런데 전씨가 경호원들과 걸어가는 사진을 보면 다들 똑같은 방향만 보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각자가 맡은 경계 위치에서 구멍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사진은 그저 사기꾼이 목적 달성을 위해 연출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호원들의 복장이 어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와 스토킹피해자 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사설경호업체 대표 이현석씨는 “최근에는 정장이 사람들 눈에 너무 띈다는 이유로 긴급한 신변 위험이 있지 않은 이상 사복을 입는 추세”라고 했다. 이어 “바닷가를 가는데 경호원들이 굳이 구두를 신어야 하는지 생각도 든다”면서 “예정에 없었던 걸 연출했거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사설경호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경호업체의 수가 많고 업체에 따라 경호 원칙도 천차만별이라 사진만 봐서는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경호업체를 운영하는 A씨(39)는 “공경호가 아닌 사경호의 경우 사전에 경호 계획을 치밀하게 짜서 하지 않고 공식적인 경호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사진상 경호원들의 머리 모양이나 경호용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 등을 보면 경호 업무를 상시로 하는 사람들은 맞아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전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거나 이를 위해 대출을 받도록 유도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이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총 15명, 피해 액수는 19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이르면 3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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