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동결에도 '이자지옥' 여전…4억 영끌족 "월이자만 239만원"

국종환 기자 2023. 11.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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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 커졌지만, 고금리 기조 자체는 당분간 유지
시장금리는 계속 올라 주담대 연 7% 넘어…"고금리 내년까지 지속될 듯"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연이어 동결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작아졌으나, 고금리 기조 자체는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빚 고통은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연준과 한국은행의 수차례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긴축 장기화' 여파로 금융채 등 시장금리는 계속 오르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7%를 넘어선 상태다. 연 2~3%대 금리가 흔했던 1~2년 전 저금리 때와 비교하면 빚 부담이 2배 가까이 불어난 차주가 적지 않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지난 9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22년만에 최고 수준이 유지됐다.

연준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당장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연준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서는 한발 물러선 '덜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고금리 기조 자체는 당분간 유지할 방침을 내비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현재 금리인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차주들의 기대와 달리 최근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다시 반등하면서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58~7.179%로 상단이 7%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주담대 금리가 계속 상승한 것은 '긴축 장기화' 여파로 주담대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은행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4.006%) 8개월만에 4%대로 올라섰고, 이달 1일 4.149%까지 치솟았다. 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도 지난달 3.82%로 한 달 새 0.16%p 뛰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1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 일정의 회의를 마치고 정책 성명을 통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5.25~5.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회 연속 금리가 동결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에 더해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끌어모은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 만기가 대거 도래함에 따라, 재유치를 위한 은행간 수신경쟁도 치열해져 주담대 금리 상승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예적금과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에 활용하기 때문에, 조달비용이 늘면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선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대출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진 꺾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수준의 고금리가 적어도 내년까진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약 2년 전만 해도 시중은행 주담대는 연 2~3%대 금리도 흔했다. 불과 1~2년 새 이자부담이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난 차주가 적지 않다.

1~2년 전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3.5% 금리(4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16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55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현재 은행 최고 수준인 연 7.18%로 오르면 초기 월이자는 239만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은행에 매월 254만원을 갚아야 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048만원으로, 월급의 상당 부분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신규 차주뿐만 아니라 연초 금리 인하 기대를 품고 대출을 끌어 썼던 기존 차주들도 은행으로부터 금리 인상 통보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 대출금리가 재산정되는데, 최근 코픽스가 다시 오르면서 변동주기인 6개월 전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영끌족들을 향해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다시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돈을 빌려서)로 하는 분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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