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 제품 ‘추가 배송비’가 8만원?…온라인쇼핑 주의보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1. 2. 11: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송비 8800원→8만원 약 10배 뛰어
40쪽 사이트 끝에 추가 비용 설명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 어떻게 보냐”
배송비 착불…결제창에도 금액 안 떠
공정위·네이버, 책임회피 ‘폭탄돌리기’
“불편하겠지만 소비자가 더 꼼꼼히 봐야”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판매되는 한 가구사이트. 우측 하단에 흐린 글씨로 ‘상품별/지역별배송비 차등 적용(상세페이지 참조)’라고 적혀있다. 해당 상세페이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품 설명과 후기, 광고 등을 거쳐 마우스 스크롤을 약 50번을 내려야 한다. [사진 출처 = 판매사이트 캡처]
직장인 김모 씨(27)는 최근 온라인쇼핑을 통해 구입한 약 30만 원짜리 거실장세트를 배송받다가 깜짝 놀랐다. 당초 배송비를 8800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배송기사가 약 8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8800원은 가장 기본제품인 7만 원짜리 2단 서랍을 주문할 때 부과되는 배송비였고, 김 씨가 구입한 거실장세트는 배송비 3만8500원이 부과되는 제품이었다. 여기에 거주지가 2층 이상일 경우 사다리차를 불러야 해서 현장에서 추가로 4만 원을 더 지불해야 했다. 김 씨는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판매사이트를 한 40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어놓고 배송비 관련 정보를 제일 아래에 표기해놨다”며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니고 중요한 내용이 이렇게 숨겨져 있으면 솔직히 어떤 소비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인터넷 거래가 확대되면서 온라인쇼핑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배송비 등 필수정보는 점점 더 교묘하게 숨겨지면서 배송비 폭탄 등 ‘모르고 당하는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조1023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쇼핑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4조1396억 원으로 5.3% 늘었다. 특히 배송비가 많이 들어가는 가구 거래 규모는 올 1월 4148억4700만 원에서 8월 4462억400만 원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온라인쇼핑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쇼핑’을 위한 서비스 마련은 후퇴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매일경제가 2일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가구 등 구입을 시도했지만 배송비 관련 정보를 한눈에 띄게 명확히 표기한 사이트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쪽에 ‘지역별 및 사이즈별 배송비가 차등 적용되니 상세페이지 참고’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30대인 기자가 상세페이지를 찾는 데만 10분 이상이 걸렸다. 한 판매사이트는 제품 설명과 사진, 후기, 광고 등을 지나 배송비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까지 마우스 스크롤을 160번 이상 내려야 했다. 컴퓨터보다 사이즈가 작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쇼핑을 하는 경우도 급증한 만큼 대다수 소비자들이 배송비 관련 정보를 자세하게 확인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아울러 미처 배송비 관련 정보를 놓친 소비자가 최종결제를 할 때도 결제창에는 배송비가 0원으로 떠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소비자가 배송기사에게 직접 배송비를 지불하는 ‘착불 형식’을 사용하고 있어 최종결제창에는 배송비를 제외한 제품 가격만 뜨기 때문이다. 애초에 ‘배송비 추가 방침’을 숙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물건을 받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배송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일부 판매사이트에는 본인도 모르게 추가된 배송비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게시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부분 판매사이트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같은 표기 형식은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호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행위는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한다’고 명시한다. 또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소비자가 계약 체결 전 재화 등에 대한 거래 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수나 착오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제품 관련 정보를 확실히 제공할 의무가 있다. 가구의 경우 배송과 설치 비용 등 항목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를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네이버스토어 플랫폼 운영기업 네이버는 서로 책임 회피에 바쁜 실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송비 등 관련 정보가 은폐·축소돼 있다면 관련 법령 위반을 적용해 시정조치를 하거나 영업 정지까지도 가능하다”면서도 “공정위 본사 차원에서 매번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방사무소에 접수되는 신고 건들 위주로 살펴본 뒤 사안이 중대하면 실태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해당 판매사이트를 살펴본 네이버 관계자는 “처음 이용하는 소비자는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온라인쇼핑몰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소비자가 조금 더 꼼꼼하게 봐야 한다”며 “특히 가구류는 지역별·크기별로 배송비가 천차만별이라 고의적 부당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