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가 법정한도의 10배…노조위원장에 월급 더 주기도(종합)
노조 전용차로 제네시스 등 제공하기도…시정 불응하면 형사처벌
정부 "불법행위 근절"…노동계 "노조 흠집내기이자, ILO 협약 위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공공기관 자회사 A사는 회사 월급을 받는 노조 전임자를 12명까지 둘 수 있게 돼 있지만, 작년 풀타임과 파트타임 근무자를 포함해 125명이 노조에서 일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B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와 차량 2대 등 총 10억4천여만원의 운영비를 노조에 지원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C사는 노조위원장에게만 기본급을 증액해줬고, 통신·방송장비 제조업체 D사는 노조 전용차로 제네시스, 그랜저 등 승용차 10대 렌트비 1억7천여만원과 유지비 7천여만원을 지원했다.
2일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통해 점검 사업장 62곳 중 39곳에서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적발된 위법사항은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나 위법한 운영비 원조 등 부당노동행위 36건, 위법한 단체협약 11건, 단체협약 미신고 8건 등이다.
이번 기획 근로감독은 노동부가 지난 5∼8월 노조가 있는 사업장 480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 제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 13.1%(63곳)에서 위법·부당한 사례를 발견하면서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는 노사 교섭, 노동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근로시간면제 시간과 인원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한도가 정해진다.
조합원이 99명이 이하면 연간 최대 2천 시간, 500∼999명이면 최대 6천 시간 등이다. 파트타임 인원은 풀타임 전임자의 2∼3배를 초과할 수 없다.
이 한도를 초과하다 적발된 사업장 중엔 최근 서울시 감사 과정에서 적발된 서울교통공사도 포함됐다.
교통공사는 사전 지정 없이 면제자를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 32명의 10배인 311명이 근로시간 면제 적용을 받았다.
12명인 법정 한도를 무시하고 작년 125명, 올해 111명이 근로시간면제를 받은 공공기관 자회사도 있었고, 전체 사업장이 아닌 공장별로 면제자를 운영해 면제자 수를 늘린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도 있었다.
면제자의 소정근로시간에서 휴가 등을 임의로 제외하는 등 편법으로 면제시간을 부풀려 사용한 공공기관 등도 적발됐다.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와 간부 직책 수당, 차량 등 총 10억4천여만원을 지원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노조위원장만 기본급을 증액한 반도체 제조업체 등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운영비 원조'로 적발 대상이 됐다.
노동부는 위법 사업장들에 시정 지시를 했으며,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달 말까지 140곳에 대해 추가 근로감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노사 법치는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라며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위반 등의 불법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같은 정부의 감독이 '노조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노동조합을 흠집 내고, 노조를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협작"이라며 "정부가 노사 자율을 훼손하고 노사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예상했던 대로 단체협약 체결 경위, 노조 활동 현황,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적인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만 따져 노조 공격 목적의 근로감독이었음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양대 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이 노조 전임자 급여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게 하고 있어 정부의 이번 감독이 "명백한 ILO 협약 위반"이라며, 국제 기준에 맞는 노조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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