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아내 추락사’ 살인 혐의 벗은 남편, 보험금 12억 받는다

대법원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가 확정된 ‘여수 금오도 사건’의 남편에게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사망한 아내의 남편 박모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3개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 판단이 수긍된다”며 2심에 이어 박씨의 승소를 확정했다. 보험사들은 박씨에게 보험금 12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대법원은 다만 “원심이 지연손해금 기산점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이 부분을 파기자판하고 보험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일부 감액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스스로 다시 판결하는 것이다.

박씨는 2018년 12월 금오도 선착장 방파제 인근 경사로에서 아내 A씨가 탄 차를 바다로 밀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박씨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우발적 사고로 위장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2심과 대법원은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과실 사고로 결론냈다.

이에 박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고의 살인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입증된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결론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박씨가 고의적으로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다”면서 보험금 전액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아내를 살해한 것인지,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인지, 보험계약이 A씨의 사기로 취소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2심 판단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에 위배해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다만, 각 보험사가 1심에서 승소했던 사정에 따라 지연손해금 산정에 적용하는 소송촉진법상 연 12% 이율은 항소심 선고 날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