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나오는 '풍자의 전성시대'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모델 겸 가수, 배우의 활동을 했던 하리수가 등장한 2001년. 대한민국의 성별에 대한 패러다임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지금이야 자신의 태어난 성별을 부정하고 새로운 성별을 얻어 사는 이들이 늘었지만, 당시만 해도 자신의 원래 성별을 부정하는 행동은 죄악시됐다. 하리수는 유명인으로 거듭난 덕분에 당시의 반향을 모두 한 몸에 안아야 했다.
그로부터 20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이지만 우리 사회는 또 한 명의 트랜스젠더 엔터테이너를 품기 시작했다. 하리수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모두가 생각하는 여성스러운 외모, 미모의 외형은 아니다. 그리고 행동 또한 거침이 없다. 지상파의 촬영을 하면 절제하지만, 웹 콘텐츠에서는 야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많은 제작진은 그를 찾고, 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방송인 풍자가 주인공이다. 원래 이름이 윤태웅이었다가 지금은 윤보미가 된 풍자는 대한민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트랜스젠더 예능인이다. 그의 활동영역은 구분이 없다. 아주 개인적이면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나 웹콘텐츠부터 정제된 표현과 행동이 필요한 지상파까지 다양하다.
풍자의 활동이 물이 오른 것은 바로 올해다. 1월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MBC '복면가왕'에 등장한 풍자는 3월에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에 등장했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고정이 늘어 채널S· KBS Joy 공동제작 예능 '위장취업'에 출연했고, LG유플러스 모바일TV의 고민상담 프로그램 내편하자'에 출연했다. 또 엠넷에서 진행한 리메이크 프로젝트 '엠넷 리부트'의 '풍자의 순결한 19'에 등장했다.
8월에는 MBC '도망쳐-악마와 손절하는 완벽한 타이밍'에 출연했고 현재는 SBS '덩치 서바이벌-먹찌빠'와 채널·ENA 공동제작 예능 '지구별 로맨스', MBC에브리원의 '성지순례'에 출연 중이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간혹 등장한다. 그 외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풍자 테레비'와 '좋댓구요 스튜디오' 채널의 코너 '풍자愛술' 그리고 STUDIO SUZE의 '또간집'도 진행 중이다.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또간집'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드시 봐야 하는 채널로 올라섰다.
이러한 일정을 모두 진행하려다 보니 그가 가끔 자신의 채널에서 보이는 캠핑 영상을 통해 독백으로 말하는 "한 달에 하루 쉰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나열한 방송사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굳이 웹 기반의 예능이 아니더라도 지상파, 케이블채널의 예능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예능계든 드라마든 '입소문'이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 유명세도 중요하지만 한 번 작업을 해보고 나서 느끼는 만족감이 이후 섭외에 큰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잘 되는 예능인들에게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 같이 해보고 싶고, 하고 나면 만족감을 남기는 예능인으로서의 능력이 풍자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그가 처음 두각을 나타낸 곳은 '별풍선이 팡팡 터지는' 아프리카 TV였다. 정글과 같은 1인 방송의 생태계에서 그는 그만의 입담으로 살아남았고, 서서히 활동 영역을 유튜브로 넓혀갔다. 그러던 그의 입지가 변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방송된 채널A의 '금쪽상담소'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어린 시절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의 사연과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홀로 어린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가정사를 고백했다. 단순히 태어나며 얻은 남성을 버리는 일도 기구했지만, 그의 진실된 고백은 많은 시청자를 움직였다.
이러한 사연으로만 그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웹 예능 특히 BJ나 유튜버로 인기를 얻는 이들 사이에는 많은 평가가 따른다. 특히 풍자처럼 솔직한 입담으로 거침없이 시청자를 모으는 타입에게는 더욱 흔하다. 하지만 풍자는 본격적으로 개인방송을 시작한 2019년 이후부터 행실과 관련한 어떠한 부정적인 이야기도 올라오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을 많이 할수록 그의 솔직하고 털털한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상황에 맞게 자신을 각색하는 능력이 있다. 웹 콘텐츠에서는 필요한 정도의 입담을 그리고 지상파로 올라오면 딱 선을 지키는 언행을 하면서 방송 내적, 외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경청이나 공감 능력을 인정받아 '내편하자'나 '지구별 로맨스' 등 솔루션이 필요한 예능에 거꾸로 출연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눠 조언을 건네고 있다.
거기에 스튜디오 예능이나 야외 예능 그리고 토크쇼 형태이거나 버라이어티, 리얼리티 등 어떠한 형식의 예능에도 자신을 맞추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유연함과 적응력이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센 콘셉트임에도 많은 예능 제작진이 그를 찾는 이유다.
2023년 예능계를 정리하자면 유튜버나 BJ 등 1인 방송으로 인기를 얻은 많은 인물들의 TV 진출이 유행으로 꼽힌다. 풍자는 그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인물이다. 태생부터 그가 가진 여러 센 캐릭터와 가십으로 소비될 수도 있는 인생역정 등 불리한 조건이 있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며 우직하게 전진하고 있다. 우리는 그를 트랜스젠더 연예인이라고 더 이상 실감하지 않는다. 그가 가진 영향력만을 실감할 따름이다. '영자의 전성시대'? 2023년은 '풍자의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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