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2 크루즈 “한 배를 탔으니 영원히 응원하며 같이 가야죠!”
“흥나게, 신나게, 소리질러! 혀니흥신소 팬모임 누나들이 뭉쳤습니다! 한배를 탔으니 앞으로도 (박)지현님 위해 끝까지 한배를 타겠습니다.”(팬카페 활동명 윤쓰누나·43)
“완전 대박! 안 오면 찐으로 후회함!! 딸·아들 함께 최고의 시간 보냈어요. 돈이 비싸지만, (박)성온님 공연을 본 순간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지선·45)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송민준 가수님의 ‘바다끝’(원곡자 최백호)이 절 일으켰네요.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시작임을 나에게 다짐하기 위해 승선했습니다!”(솔향기·61)
“(김)용필님의 맑은 음성에 풍부한 성량, 어느 노래도 자기 노래처럼 소화해내고 팬에게 진실성 있게 대해주셔서 100% 이상 와 닿았어요. 영원히 함께 가요.”(연재평택·54)
어느 팬부터라고 할 것도 없이 ‘한배를 탄’ 이상 ‘영원히 함께 가자’는 다짐이 돌림노래처럼 퍼진다. 팬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크루즈 공연 무대에 선 미스터트롯2 멤버들도 “사흘간 같은 공간에서 한솥밥 먹으니 진짜 가족이 된 느낌” “인생 첫 크루즈 승선에 첫 크루즈 공연을 팬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잊지 못할 경험” “이렇게 가까이서 팬 분들 눈 마주치며 숨소리까지 호흡을 맞출 수 있어 행복하다” “팬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크루즈 공연 덕분에 한층 더 다가서고 가까워진 것 같아 말 그대로 ‘인생 크루즈’가 될 것 같다”는 등의 소감을 남겼다.
◇팔순 잔치에 재혼 커플까지…함께 하는 추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지난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1항 차, 2항 차로 진행된 ‘미스터트롯2′ 선상 공연 ‘나의 인생 크루즈’. 롯데제이티비가 글로벌 크루즈 선사인 코스타 크루즈와 함께 하반기 단독으로 기획한 전세선 크루즈다. 11만4000톤 규모의 코스타세레나호로 선내 승무원 900여명을 비롯해 최대 3800명까지 승선할 수 있는 중대형급 크루즈다.
미스터트롯2 팬으로서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배에 오른 이들도 상당했지만, 크루즈 승선 자체를 일종의 가족 기념행사로 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할아버지 팔순을 위해 3대가 함께 탔다는 이들부터 50주년 결혼기념일,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장인·장모를 한꺼번에 모시고 왔다는 예비 사위 등 가족 단위 고객도 눈에 띄었다. 재혼 기념으로 크루즈를 택했다는 커플도 있었다.
생생한 경험과 재미를 위해서 지갑을 연다는 미국식 ‘펀플레이션’(fun+inflation)이 국내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펀플레이션은 ‘재미’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신조어로, 일종의 집 안에서의 소유보다는 집 밖으로 나와 생생한 ‘라이브’로 즐기는 경험에 기꺼이 돈을 쓰는 현상.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억눌린 마음이 지난해 명품 시장을 견인한 데 이어 올해는 각종 라이브 콘서트, 스포츠 경기 관람, 여행 업계를 들썩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미있는 경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그에 대한 가격도 높아진다는 뜻으로, 원래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콘서트 티켓 가격 등을 지적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다. 하지만 ‘해방감’과 ‘만족’은 산술적으로 쉽게 측정하기엔 어려운 지수. 미 경제전문 포츈은 “경제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해온 흥미로운 소비 습관”이라고 표현했다.
롯데제이티비가 기획한 크루즈 역시 객실별로 차이는 있지만 200만원대 내외로 적은 가격은 아니다. 가족 단위로 온 이들도 상당한데다, 여느 휴가기간과는 차이가 있는 10월이어서 이 날만을 위해 ‘기획해서’ 승선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1항차는 부산에서 오키나와 나하와 타이베이 기륭을 거쳐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지난 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5박 6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1항차에는 미스터트롯2 멤버인 안성훈, 진해성, 나상도, 최수호, 진욱, 추혁진이 승선해 1회차 공연 (진해성, 최수호, 진욱), 2회차 공연(안성훈, 나상도, 추혁진) 등을 선보였다. 2항차는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사카이미나토와 마이즈루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3박 4일 코스였다. 박지현, 박성온, 송민준, 김용필이 승선했다. 롯데제이티비 기획한 이번 단독 크루즈에는 1,2 항차 포함 약 4000여 명이 넘는 고객이 참여했다. 기자들은 2항차에 배정돼 현지 취재 등에 동행했다.
◇신곡·디너쇼 등 새로운 소식도
김용필을 필두로 박지현 송민준 등은 동선을 팬들과 일부러 나누지 않고 VIP 객실 전용 식당이 아닌 다양한 식당을 이용하는 가 하면 크루즈 곳곳을 다니면서 팬들과 자연스레 마주치기도 했다. 전날 새벽까지 공연 연습을 하느라 잠을 거의 설쳤다는 이들이어서, 새벽 서너시에 크루즈 곳곳을 다니며 바람을 쐰 가수들을 우연히 마주친 팬들도 더러 생겼다. 팬들은 지켜보고 응원하자는 약속을 지키며 가수들과 동선이 겹치는 동안에 별다른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기자가 탑승한 2항차에선 박지현, 박성온, 송민준, 김용필이 각자 개인곡 4곡과 듀엣곡, 4명이 함께 부르는 곡 등 21곡을 선보였다. 여느 콘서트 분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무대를 선보인 박지현은 ‘삼백초’와 ‘대세남’ ‘인연’ 에 이어 바톤을 이을 송민준과 ‘빗속을 둘이서’로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윽한 호흡을 맞췄다. 송민준은 ‘사랑’ ‘운명 같은 여인’ ‘바다끝’을 부른 뒤 그 뒤를 이을 박성온과 ‘남자다잉’으로 앙증맞은 안무도 선보였다. 박성온은 ‘한량가’ ‘오늘이 젊은날’ ‘남자는 말합니다’로 분위기를 띄운 뒤 김용필에 바턴을 넘겼다. 김용필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사랑하는 마음’ ‘지금 이순간’ 등으로 마치 뮤지컬 한 장면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 뒤에 박지현과 김용필이 ‘뮤지컬’로 다시 콘서트 무대를 들석인 뒤 김용필의 ‘천상재회’ 송민준 ‘메아리’ 박성온 ‘돼지토끼’ 박지현 ‘스윙베이비’ 등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장을 띄우는 모습이었다.
MC 송준근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한결 편안해진 모습의 멤버들은 자기 홍보 시간을 갖기도 했다. 송민준은 “오는 11월 8일 신곡을 선보인다”며 앞 소절 다섯 글자를 짧게 불러 팬들의 애를 태웠고, 김용필은 “12월 30일 디너쇼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박성온은 “방송 활동을 하느라 공부를 못(덜)한 것에 비하면 중간 고사 점수가 잘 나왔다”는 소식으로 팬들에게 ‘엄지척’을 불러일으켰고, 박지현은 신곡 소식을 묻는 MC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좋은 노래 들려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때 김용필이 박지현을 향해 “잘생긴 내일이 있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떨어 팬의 박수를 받았다.
이후 이어진 4인 팬미팅. 크루즈에 참석한 팬들 중 AI가 무작위로 선정해 12명~20명정도의 소규모로 진행됐다. 며느리가 함께 신청했는데 시어머니가 당첨되기도 하고, 딸이 함께 신청해 아버지 당첨되는 등 가족 당첨자들도 있었지만 규정은 규정. 대신 영상을 찍어보내며 ‘찐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4인 4색 팬미팅
해경 출신이어서 배에 타는 것이 추억도 되살리고 마음도 편했다는 박지현의 팬미팅은 마치 기자회견 같았다. 박지현 팬덤인 ‘엔돌핀’ 회원이자 어머니의 마음으로 걱정과 응원을 함께 하는 질문들이 오갔던 시간이었다. 박지현 행사를 따라다니느라 살이 6kg~7kg빠져 건강해졌다는 팬부터 응원하면서 노래를 계속 틀고다니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누구? 노래잘하는데”라면서 덩달아 팬이 됐다는 이들 등 다양했다.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있었는데도 이번 행사를 보기 위해 치료를 마다하고 달려와 끝나자 마자 다시 병원에 가야 된다는 팬의 이야기도 전했다. 공연을 보면서 정신적인 응원을 받아야 더 힘이 난다는 얘기였다.
또 평소 행사에서 물마실 때 벌컥 들이키는게 아니라 빨대를 이용하면 어떻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목에 무리가 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박지현이 공연 중간 중간 “잠시 물 좀 마시고 와도 될까요”라는 게 특징처럼 자리 잡으면서 물 마시러 자리를 비운 동안 “잘생겼다 박지현”이라는 응원 구호를 외치는 게 팬들끼리의 암묵적인 약속이 되기도 했다. 박지현은 “(버릇이 아니기도 하고) 빨대로 쫍쫍 마시면 좀 그렇지 않으냐”면서 웃어 보여 “상남자~”라는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지현은 “평소 콘서트 때는 팬들을 쳐다보면 혹시 (실수할까봐) 불안해져서 잘 못 쳐다보는 편이었는데 오늘 편하게 공연했다”면서 “앞으로 더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박성온은 옹기종기 모여 마치 아들 손자와 함께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3대가 함께 온 팬도 있었고, 아들딸과 함께 응원 온 팬도 있었다. 박성온의 응원단장이라는 전소윤(42)씨는 “성온 군 보다 두살 어린 성온군과 생긴 모습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더욱 뿌듯하고 더 응원하게 됐다”면서 “아들과 함께 오게 돼 사진도 같이 찍고 성온 군의 첫 크루즈 공연도 함께 하게 돼 더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박성온은 이번 크루즈에 부모와 함께 승선한 터라 팬들도 마치 같은 학부모나 같은 가족의 입장에서 여러가지를 묻기도 했다. 학교 생활부터 노래 연습 등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성온 팬덤인 ‘감성온누리’에 초기부터 가입했다는 한 팬은 “히든싱어 때부터 노래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눈 바로 앞에서 보고 이야기 나누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웃기도 했다.
송민준은 팬 여럿이 둘러 싸여 다대1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1대1 대화를 택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눈맞추며 1대1로 남들에게 차마 공유하기 어려운 이야기까지 속삭이듯 전하는 것. 다른 팬들은 자신의 차례가 올때까지 송민준의 다양한 모습을 찍으며 설레 했다.
팬덤 ‘대한민준’ 회원인 정희수(30)씨는 “가수님과 3박4일간 한배를 타고 일본을 갔다 오는 건 꿈만 같았다. 바다 위에서 가수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감성에 젖을 수 있었다. 크루즈의 이름과 같이 정말 저의 인생 크루즈가 되었다. 정이 든 팬들과도 정말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고, 팬카페 활동명 유후유후(44)씨는 “팬미팅 때 가까이서 민준님과 눈맞추며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다정하게 질문해 주었고, 답해 주셔서 좋았다. 송다정 송설탕 파이팅!”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공미란(51)씨는 “크루즈 콘서트 대관홀이 같이 어우러지는 공연 같은 모습이어서 관람하기 너무 좋았다. 가수님들 새로운 모습에 행복했다. 첫날보다 하루하루가 더 좋아지는 크루즈 여행”이라고 밝혔다.
김용필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아직 사인 안받으신 분”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김용필의 팬덤인 ‘용필하모니’를 통해 각종 행사부터 콘서트까지 거의 빼놓지 않고 다니며 얼굴이 이미 익숙한 팬들도 더러 있는 듯 했다. 한 팬은 “용모부터 매너까지 김용필님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면서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이러한 도전으로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준 것도 존경한다”고 말했다.
김용필을 보기 위해 가족 전체가 마음 먹고 왔다는 팬 중에 가족 한명만 팬 미팅에 당첨돼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달하며 ‘가족 특파원’ 역할을 하는 이도 있었다. 소장품을 전달하기 위해 팬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면서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팬들도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 앞서 마치 동네 누나, 형, 동생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장에 함께 한 롯데제이티비 박재영 대표는 “롯데그룹의 비전인 ‘Lifetime Value Creator’에 맞게 여행과 문화를 접목한 콘텐츠를 선보여 좋은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스포츠도 포함해 중장년층과 젊은 층을 함께 어우를 수 있게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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