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평화재단 국가단위 독립 재단으로 지위 회복돼야
제주4·3 평화재단 이사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조례 개정이 추진되는 데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고희범 평화재단 이사장은 오히려 제주도 산하로 된 출자출연기관 지정을 해제하고 국가단위의 독립적인 재단법인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희범 제주4·3 평화재단 이사장은 2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4·3 평화재단은 당초 행정안전부 산하의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때문에 사업비는 국비로, 재단 운영비는 도비로 예산이 편성됐는데 2014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법적근거가 없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방비를 지원할 수 없게 되면서 한시적인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이 된 것이라고 고 이사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2016년 제주특별법이 개정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4·3평화재단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언제든 출자출연기관에서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고 이사장은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4·3 평화재단을 출자출연기관에서 해제하고 국가 단위의 독립적인 재단법인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재단의 설립취지에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4·3 평화재단을 제주도의 출자출연기관으로 두는 건 제주4·3의 해결을 위한 국가차원의 책무를 수행하는 국가단위의 기관을 지방의 기관으로 격하하는 것이며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지사가 임명권을 갖겠다는 건 4·3의 정의로운 해결과 4·3의 전국화에 동떨어진 일이라고도 했다.
제주도가 조례 개정을 추진하며 평화재단의 책임경영 강화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고 이사장은 무보수로 헌신적으로 일해온 역대 이사장의 노고를 근거없이 폄하하는 것이라며 4·3 평화재단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감사위원회 감사, 공기업 경영평가 등도 충실히 임해왔다고 밝혔다.
고희범 이사장은 이어 재단 이사장은 제주도와 도의회, 재단이사회가 각각 2명씩 추천해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공개모집 후 심의하고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도지사의 승인으로 선임해왔다며 이는 지방공기업 인사 조직운영 기준과 정관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장 후보에 대해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지사가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임명과 다름없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례 개정이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근거했다는 지적에 대해 고 이사장은 4·3 평화재단의 존속보다는 위탁금 구조로 운영하는 것을 권고하는 등 재단 해체 수순으로 보이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며 재단의 설립취지와 역사성, 특수성, 상징성을 무시한 탓에 함량미달인데다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지난달 31일 제주도와 도의회, 재단 간 실무회의에서 오는 11월 9일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단 이사회의 의견을 제출한 뒤 협의를 진행하자는 제주도의회 전문위원의 중재를 받아들였지만 제주도는 이마저 팽개친 채 입법예고를 발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제주도는 1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제주4·3 평화재단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제주4·3 평화재단 설립과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2일자로 입법예고하고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근인 재단의 이사장을 상근으로 전환하고 이사회의 의결로 이사장과 이사를 선출하는 방식을 바꿔 임원추천위원회 공모를 통한 제주도지사 임명으로 개편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이사장은 한 차례만 연임 가능하고 그 외 임원은 재단의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고희범 이사장은 제주도지사가 이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건 제주도가 4·3 평화재단을 통제하려는 의도이자 선거때마다 공신이 임명될 수 있는 등 4·3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전격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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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이인 기자 two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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