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이’ 심장이식 주치의 편지 받은 아버지 “잘 컸으면…”

정민규 2023. 11. 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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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닷새 만에 산부인과 간호사의 학대로 의식불명이 된 뒤 누워만 있던 딸 아영이가 병석에 누운 지 4년 만인 지난 6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영이 부모님께'로 시작하는 자필 편지에서 의사는 "저는 아영이의 심장을 기증받은 아이를 400일 가까이 돌본 주치의"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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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을 통해 4명의 아이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정아영 양의 빈소.


태어난 지 닷새 만에 산부인과 간호사의 학대로 의식불명이 된 뒤 누워만 있던 딸 아영이가 병석에 누운 지 4년 만인 지난 6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모는 그런 딸의 장기로 다른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4명의 아이가 아영이의 심장과 신장, 간, 폐를 이식받았습니다.

"장례 치르면서 다 흘린 줄 알았는데..."

부모는 딸을 떠나보내며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한 통의 편지를 받고선 다시 쏟아졌다고 했습니다. 편지는 아영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의 주치의가 쓴 편지입니다. '아영이 부모님께'로 시작하는 자필 편지에서 의사는 "저는 아영이의 심장을 기증받은 아이를 400일 가까이 돌본 주치의"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편지에는 아영이 사건을 접하고 느꼈던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 아이의 심장이 자신이 맡은 환자에게 이식됨을 알게 됐을 때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이 편지는 아영이 부모가 딸을 떠나보내며 쓴 편지를 언론에서 본 주치의가, 부모에게 다시 보낸 일종의 답장이기도 합니다.

■ 주치의 "생명을 선물 받아...모두 아영이 덕분"

고 장아영 양에 대한 학대 모습이 담긴 산부인과 CCTV.


주치의는 "아영이 심장은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서 심실보호장치에 의지해서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받았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사계절이 지나고 두 번째 봄'을 맞이한 아이는 '여름을 맞이할 무렵 아영이를 통해 생명을 선물받았다'고 했습니다.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던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는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다"며 "450일 지나 병원 밖을 처음 경험한 아이는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해하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치의는 "그 아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아영이 덕분"이라며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선한 아이가 되길 곁에서 돕겠다"며 "아직은 아이지만, 더 자라면 두 사람 몫을 살아야 한다고 감히...부담을 주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편지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며 "아영이 부모님도 아파해 하지만 마시고, 아영이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으시길 기도합니다"란 위로의 말로 끝을 맺습니다.

편지는 며칠 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영이 부모에게 전달됐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는 서로를 알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아영이 아버지 "다른 아이들 몸에서 건강했으면..."

편지를 받은 날 펑펑 울었다는 아영이의 아버지는 KBS에 "편지 내용이 가슴을 울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아영이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 맞는 음력 생일을 맞아 아영이의 묘지를 다녀온 후였습니다.

아버지는 "(아영이가) 신생아실에서 다쳐서 평생 의식 없이 갔는데 심장과 다른 장기가 나뉘었지만 다른 아이들 몸에서 건강하게 다닐 수 있게 됐으면 저희는 참 다행"이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컸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편 아영이를 학대해 다치게 한 것을 포함해 다른 신생아에 대한 상습적인 학대 혐의가 드러난 간호사에게 대법원은 징역 6년 형을 확정했습니다. 아영이 부모는 이 간호사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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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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