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에 관해선 모든 게 자유”···‘세금 0원’ 출판자유도시 샤르자

이영경 기자 2023. 11. 2. 1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엑스포센터 샤르자에서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아메리 도서청 CEO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샤르자 출판도시 자유구역에선 출판에 관한 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 포르노만 아니면 괜찮다.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불경스러운 묘사로 이슬람 시아파로부터 처형을 명령하는 격문인 파트와를 받은) 살만 루슈디의 책도 출판할 수 있다.”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7개 토후국 가운데 종교적으로 가장 보수적이다. 도시 어디에서도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며, 여성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옷과 히잡을 착용하고 다닌다. 하지만 출판에 관해서라면 다르다. 종교와 관계없이 ‘제한 없는 자유’를 보장한다. 세금이 면제되며 외국인 지분 100%인 회사도 운영할 수 있다.

UAE에서 아부다비가 가장 많은 영토와 부를 차지하는 ‘큰집’ 격이라면, 화려함을 자랑하는 두바이는 금융의 중심지다.

UAE에서 3번째 규모인 샤르자는 문화 중심지를 자처한다. 출판산업을 담당하는 별도 행정기구인 도서청을 두고 국가 차원에서 출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샤르자 출판도시 자유구역(SPC Free Zone)을 만들어 세금 면제, 외국인 지분 보유 100% 허용 등을 통해 국제적인 출판 허브로 도약을 꾀한다. 인쇄·물류 시스템 등 출판산업 인프라를 갖춰 전 세계 8000여개 업체가 등록돼 국적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샤르자 출판도시 자유구역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아메리 도서청 최고경영자(CEO)는 “출판 및 인쇄 기업을 위한 완벽한 생태계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자유구역”이라고 말한다. 지난 1일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엑스포센터 샤르자에서 알아메리 CEO가 한국 언론을 만났다.

알아메리 CEO는 “샤르자 출판도시 자유구역은 200여개의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이용하는 출판 플랫폼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르자는 2014년 도서청을 설립하고 출판·문화 산업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아랍권 최대 규모의 도서전인 샤르자국제도서전을 비롯해 샤르자 어린이 독서축제를 열고 있으며 독서 장려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샤르자는 아랍 세계의 문화 수도(1988), 이슬람 문화 수도(2014)에 선정된 데 이어 2019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되는 등 아랍권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출판이 문화 정책의 중심에 있는 셈이다.

2023 샤르자국제도서전을 찾은 사람들이 도서전을 둘러보고 있다. 샤르자국제도서전 제공

알아메리 CEO는 샤르자가 출판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책을 통해서 소통하고 다른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의 90%가 외국인인 UAE에서 문화적 소통과 이해는 필수적이다. 알아메리 CEO는 “UAE에는 200여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게 만드는 문학과 출판의 힘을 믿는다”며 “샤르자국제도서전도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UAE에서도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빈국 초청은 한국과 UAE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아랍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한국 문화와 교육, 관광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샤르자는 출판을 통해 경제적 이익도 노린다. 알아메리 CEO는 “2030년까지 출판 시장 크기가 6억50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UAE가 출판산업 수출입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자가 2019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지은 도서관 ‘지혜의 집’.

2019년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건립한 도서관 ‘지혜의 집(House of Wisdom)’은 ‘아랍 출판산업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샤르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지난달 31일 도서전 개막 에 앞서 방문한 ‘지혜의 집’은 8세기쯤 바그다드에서 지식의 창고 역할을 한 도서관에서 이름을 따왔다. 책을 상징하듯 가로로 넓게 지어진 외관에 넓은 정원과 서고가 인상적이다.

지혜의 집은 ‘지역 커뮤니티의 오아시스’ 역할을 지향한다.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이란 콘셉트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미래지향적 설계로 사방이 유리창으로 만들어져 낮엔 채광을 통해 별도 조명 없이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많은 아랍권 문화의 특성을 반영해 여성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여성전용 공간, 전자책을 5분 만에 책으로 인쇄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북머신’ 등이 마련돼 있다.

샤르자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