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대법원서 무죄 확정
‘참사 회피할 조치 가능했는데도 못한 점’ 입증 안 돼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 해양경찰청 지휘부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참사 발생 9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제대로 구조하지 않은 국가 책임과 관련해선 ‘말단’인 해경 123정장을 빼면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9년 내내 ‘국가의 역할’에 대해 물었으나 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휘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들이 승객 퇴선을 유도하고 구조요원을 선체로 진입시켜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2020년 2월 기소했다.
검찰은 해경 경비정이나 헬기 등 구조세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과 후로 해경지휘부의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봤다. 김 전 청장 등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2심은 김 전 청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 등이 승객들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회피할 조치가 가능했는데도 못한 점이 입증돼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해 해경 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책임은 질책할 수 있지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해경 지휘부에 면죄부를 준 이날 판결은 참사 초기 수사단계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결과라고 시민사회는 지적한다.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구조실패 책임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김경일 전 123정장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김석균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출범한 뒤에야 비로소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청장은 참사 초기와 다른 진술을 법정에서 내놓았고, 법원은 그의 법정 진술을 받아들여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선 법원마다 판단을 달리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광주고법 형사6부(당시 재판장 서경환)는 2015년 7월 김 전 정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으로 감형하면서 “해경 지휘부에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으므로 김 전 정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해경 지휘부 공동책임”을 이유로 형량을 낮춰준 것이다. 대법원은 같은 해 11월 이 판결을 확정했다.
그런데 막상 해경 지휘부의 구조 책임을 심리한 1·2심 법원과 대법원은 해경 지휘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현장지휘관은 업무상 과실로 실형이 확정됐지만, 현장 상황에 맞지 않은 지시를 내리거나 구조 시기를 놓친 해경 지휘부는 아무런 형사책임도 지지 않게 됐다.
재판에 넘겨진 해경 지휘부 11명 중에선 사고 직후 퇴선 방송을 제때 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민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목포해경 소속 3009함의 이재두 전 함장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간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두 번의 대법원 판단을 거친 끝에 지난 6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같은 혐의를 받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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