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말대로 쳤는데...” 옆 홀 골퍼 눈에 맞았다, 박태환 배상은?

이혜진 기자 2023. 11. 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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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사정 전문가 “캐디 지시 따른 티샷, 타구자 책임 비중 낮아”
상황별 손배 책임 짚어보니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본인 인스타그램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34)이 지난 2021년 11월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티샷을 쳤다가 공이 옆 홀로 날아가면서 라운딩 중이던 다른 골퍼가 눈 부위를 맞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가 박태환을 형사(과실치상 혐의)·민사 고소했는데, 경찰과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돼 피해자가 항고한 상태다. 검찰은 박태환이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태환이 친 공에 피해자가 다쳤지만 당시 캐디(경기보조원) 지시에 따라 공을 쳤으며, 아마추어 경기에서 ‘슬라이스’(공이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휘는 것)가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도 박태환으로부터 ‘전액’ 배상을 받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티샷으로 타구 사고가 발생한 경우 타구자를 비롯해 캐디, 골프장 운영자의 과실 비율을 정확히 따져 각각에 대해 배상 책임을 묻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골프장 내 타구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며, 아마추어·프로와 관계없이 골프를 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22년 공개한 ‘5년간 골프장 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골프장 안전사고(타구·카트·익사 사고)는 2017년 675건에서 2021년 1468건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1년에는 타구 사고만 1100여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타구 사고가 발생하면 각 팀의 캐디 등을 통해 사고사실을 알리게 되고, 당일 현장에서 사고 처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사고가 나면 과실 책임을 두고 시비가 오가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렇다면 타구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손해사정 전문가에 따르면, 타구자, 캐디, 골프장이 상황에 따라 각각 또는 함께 손해배상 주체가 될 수 있다.

골프장의 경우 홀 간에 충분한 간격을 두는 등 안전하게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으며, 캐디는 팀 간의 플레이 간격 유지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경기 운영을 보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즉 이 세 주체 사이에서 과실 비율을 따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과실책임이 가장 높아보이는 주체가 보험을 접수해 선처리를 하게 된다. 과실 비율에 따라 캐디는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골프장은 시설소유자배상책임보험, 타구자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으로 배상 처리를 할 수 있다.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 /본인 인스타그램

타구 사고는 각각의 상황이나 주의의무 준수 여부에 따라 과실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예컨대 타구자의 시선에서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는 판례상 타구자의 과실이나 책임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캐디 지시에 따라 티샷(각 홀의 제1구)을 쳤다가 다른 홀로 날아가 다른 팀의 골퍼가 맞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정준표 다옴손해사정 대표는 “동행자가 아닌 다른 팀이 맞은 타구 사고의 경우에는 타구자 본인 책임이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타구자 입장에선 다른 팀 경기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어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캐디가 “아직 공을 치면 안 된다”고 안내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쳤거나, 앞에 사람이 보여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쳤다면 타구자의 과실이 커진다.

다른 예로 캐디가 경기 진행을 빠르게 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캐디의 과실이 크고, 골프장이 홀 간 간격을 충분히 넓게 두지 않는 등 시설 문제로 사고가 났다면 골프장의 책임이 클 가능성이 높다. 또 골프장은 캐디에 대한 지휘·관리감독 책임도 지게 된다.

법률사무소 KYL 소속 김지민 수석변호사는 “손해배상책임에서 일반적으로 과실 비율은 사고 당시 타구자의 구력이나 캐디의 지시 내용, 공이 옆 홀로 날라갈 당시 상황 등 구체적인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되므로,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각자의 과실비율을 정확하게 따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현재 항고를 한 상태인데, 과실치상죄는 형법 제266조 제2항에 따른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합의가 이루어져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처벌을 할 수 없으므로, 합의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골프장은 개인 간 타구 사고의 경우 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관련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에 골프를 오래 친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서는 오죽하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사고가 생기면 내가 물어주고 마음 편히 골프를 치는 게 낫다’는 조언이 오간다고 한다.

합의나 보험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타구 사고 피해자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골프장 타구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중대한 상해를 입게 될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한 민형사상 책임이 타구자, 캐디, 골프장 운영자 등 다수 당사자에게 귀속되어 복잡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클럽을 스윙하기 전에는 전방과 인근의 상황을 유심히 살펴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다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태환 소속사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골프장에서 보험 처리를 하려 했으나 처리가 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골프장이 아닌 박태환 씨에게 형사·민사책임을 물어 경찰과 검찰에서는 무혐의로 처리됐다”며 “민사는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골프장과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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