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자금 조달 숨통 트인다… 여전사 외화채 발행 확대
기재부 “한도 원래 없어…건별로 협의”
여전사 외채 발행 확대 기대
외화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앞으로는 외화를 탄력적으로 차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여전사는 새롭게 외화를 차입하기 위해 외화 총량 관리를 하는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했는데, 사실상 외화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기재부의 승인을 얻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여전채 금리가 폭등하면서 여전사의 자금 조달 상황이 어려워지자, 기재부가 여전사의 신규 외화 차입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떨어지면 카드론 등 서민 대출의 금리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2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재부는 여전사의 외화채 발행을 기존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여전사의 외화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면, 이제는 여전사와 외화 채권 발행건별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여전사의 외화채 발행 관련해 기재부가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외화채 발행) 한도를 탄력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전사에서는 외화채 발행 한도를 풀어달라고 하지만, 사실 원래부터 외화채 발행 한도라는 것 자체가 없다”며 “(여전사와) 금융기관의 상황과 전체 거시 건전성, 외채 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당국의 입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재 외채 상황을 보고 있고, 지금 업계에서 느끼는 불편함 등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전업권에서는 정부가 외화 채권 발행을 건별로 협의하겠다는 것 자체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필요하면 건별로 올리고 이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긍정적인 뉘앙스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해외와 같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서 조달을 많이 한다”며 “(기재부가 외채 발행을) 탄력적으로 해주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외화 채권 발행을 유연하게 검토하는 것은 최근 여전사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AA+인 3년 만기 여전채의 평균 발행 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 4.938%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 시장 불안으로 급등하던 여전채 금리는 올해 1월을 고점으로 점차 3~4%대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은행채 발행 제한 해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서 다시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채 금리가 올라가면 이에 연동되는 카드론 등의 대출 금리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서민의 금리 부담을 계속 높일 수 없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외화 차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규 외화채 발행은 여전업권의 숙원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외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외화 차입을 제한하던 행정 지도를 없앴지만, 여전히 여전사들은 차환용이 아닌 외화 채권 신규 발행은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여전사에서는 사실상 외채 발행에 대한 한도 규제가 있는 것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외화 차입이 어려운 여전사들은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자금 조달 경쟁력이 다른 업권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여전사의 외채 발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무제한적으로 여전사의 외화채 발행 규모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통상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시중은행과 같은 고신용 금융기관이 주로 외화 채권을 발행한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여전사가 외채를 무분별하게 발행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대외 건전성, 외채 건전성 등을 고려해 여전사와 채권 발행 규모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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