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제사 가족 모두가 준비…주재자, 성별 불문 연장자가”

홍인석 기자 2023. 11. 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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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이 일반 가정에서 모시는 제사 음식을 대폭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사 음식을 마련하는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된다는 지적에는 가족이 다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특히, 제사음식 준비 과정에서 여성이나 며느리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에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위원회는 일반 가정에서 제사를 간소하게 하는 것과는 별개로 전통 제례 보존과 계승을 위해 종가를 중심으로 지켜온 제례 문화의 소실을 막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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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는 길사(吉事)…불화가 생긴다면 옳은 방법이 아냐”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3 전통제례바로알리기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 사회 특성 등을 고려한 제사 권고안과 전통제례 보존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성균관이 일반 가정에서 모시는 제사 음식을 대폭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사 음식을 마련하는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된다는 지적에는 가족이 다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성균관은 국내 유교 중앙본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위원회)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사 음식을 줄이고 제사를 지내는 이들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명문 종가의 진설을 참고해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忌祭)와 3월 상순 고조(高祖) 이하 조상의 묘에서 지내는 ‘묘제’(墓祭)의 제사상 진설 방식을 제안했다.

기제의 경우 과일 3종과 밥·국·술에 떡, 나물, 나박김치, 젓갈(식해), 식혜, 포, 탕, 간장 등을 곁들이는 예시를 내놓았다. 묘제 진설로는 술, 떡, 포, 적(생선이나 고기 따위를 양념해 대꼬챙이에 꿰어 불에 굽거나 지진 음식), 과일, 간장을 올린 보다 간략한 사례를 보여줬다.

위원회는 “평상시 간소한 반상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차리고, 돌아가신 분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을 올려도 좋다”며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이라도 정성을 다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사 절차로는 제주가 향을 피우고 모사기에 술을 세 번 나눠 부으면 참가자가 다 함께 두 차례 절을 하라고 안내했다. 다음으로 술을 한번 올린 뒤 축문을 읽고 묵념하고, 이후 참가자들이 두 번 절하고 상을 정리하며 축문을 태우고 마친다.

위원회는 “제사 시가는 돌아가신 날의 첫 새벽(오후 11시∼오전 1시)에 지내야 하지만 가족과 합의해 돌아가신 날의 초저녁(오후 6∼8시)에 지내도 좋다”며 선택지를 다양화했다.

특히, 제사음식 준비 과정에서 여성이나 며느리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에 “고인을 추모하는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른 사항도 형편에 맞게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가령, 축문을 한문이 아닌 한글로 써도 되고 신위는 사진 혹은 지방 어느 것을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부모님 기일이 서로 다른 경우에도 함께 제사를 지낼 수 있으며 제기가 없으면 일반 그릇을 써도 된다고 밝혔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3 전통제례바로알리기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 사회 특성 등을 고려한 제사 권고안과 전통제례 보존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위원회는 고인의 자녀가 협의해 제사 주재자를 정하되, 성별과 관계없이 연장자가 맡아도 된다고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전했다. 위원회는 “제사가 조상을 추모하고 추억을 되살리며 가족 간의 화목을 위하는 길사(吉事·경사스러운 일)”라며 “제사로 불화가 생긴다면 옳은 방법이 아닐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간 제사 관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자 위원회는 제사 간소화 방안을 제시하며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5.9%가 앞으로 제사를 지낼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음식이나 형식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44.9%로 집계됐다.

다만, 위원회는 일반 가정에서 제사를 간소하게 하는 것과는 별개로 전통 제례 보존과 계승을 위해 종가를 중심으로 지켜온 제례 문화의 소실을 막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했다. 큰 공훈을 세워 영구히 사당에 모시는 것을 나라에서 허락한 사람의 신위인 불천위(不遷位)를 모시고 지내는 제례는 ‘세계인류 문화유산’이나 ‘국가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번 권고안 마련에 참여한 고혜령 뿌리회 회장은 “종손가 중심의 불천위 제례 보존을 위해 위원회, 종가, 학자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례 문화 계승에 적합한 제도를 모색해 전통 제례의 현실적 계승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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