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국여성대회 참석해 내놓은 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여성대회 참석…대통령 축사에 "여성 사회활동 제약 요소는 차별과 폭력, 정책 대상 '기혼 출산 여성'으로 한정" 지적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단체 행사에 참석해 “돌봄과 육아에 확실히 재정을 투입해서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제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한여협)가 주최해 '공정한 대한민국 여성과 함께'를 주제로 열린 제58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참석했던 전국여성대회를 취임 후에는 찾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여성대회, 올해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 등엔 대통령 대신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대선 두 달 전인 지난해 1월 페이스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밝히고,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같은 해 3월엔 새 정부 조각에 여성할당제(30%)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여성의 날엔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축사를 내지 않았다. 이에 이날 전국여성대회 참석은 총선을 앞두고 여성계와도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날 밝힌 축사에선 전통적인 성 역할 관념에 갇힌 인식이나 여성의 사회활동 제약 요소를 제거할 해법과 현실이 어긋나는 한계가 드러나면서, 실질적인 소통 확대 및 정책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1950년대 6·25전쟁 이후) 우리 어머니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자녀들에게 새벽밥을 먹이고 공부를 하도록 했다. 그것을 기초로 해서 60년대, 70년대 우리가 고도성장으로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다”며 “80년대 이후에는 대다수의 많은 여성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우리 산업화된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주역으로 등장했다”고 했다.
해외순방에서 만난 여성 정상, 기업인, 정치인 등을 언급하며 “어떤 경우에는 정상회담의 상대국 배석자 전원이 여성인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고 말한 뒤에는 “이제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단순히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넘어서 주도적인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돌봄과 육아에 확실히 재정을 투입해서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제거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여성의 잠재력과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답을 내는 과정에서, 또 대립하는 이해당사자 간에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 섬세하고 치밀한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행사장을 떠나기 전 오늘 사전 행사에서 '다둥이상'(여섯 자녀)을 받은 김영애 씨의 딸을 안아주며 부모님들께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축사와 관련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황연주 사무국장은 “여성의 사회활동 제약 요소는 차별과 폭력이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일터에서의 차별 또는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돌봄 부담은 재정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전체 사회의 평등 수준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적으로 받쳐줘야 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 주장과 고용평등상담실 예산 삭감, 여성폭력피해자지원 예산 삭감으로 여성을 위한 안정망을 깨뜨리고 차별과 폭력에 대한 피해 지원을 없애면서 어떻게 제약 요소를 제거할 것인가. 여성 정책 대상을 기혼 출산 여성만으로 한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황 사무국장은 또 “정부 핵심 고위공직자 남성 비율이 약 90%다. 정부 출범 때부터 지역안배·여성할당 없다고 말한 분이 정상회담 상대국 배석자 전원이 여성이더라고 말하는 것은 인사권을 가진 행정수반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여성을 산업화, 경제성장의 '인적자원'으로 보는 것부터 여성이 겪는 다양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는 지워버리고 능력을 키워 국가에 이바지하라는 70년대 인식에 멈춰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한편 주최측인 한여협의 허명 회장은 이날 “협의회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무궁한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우리나라가 평화, 번영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성은 성별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공공기관에서조차 26.3% 적게 임금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 동력이 가속해지기 위해서는 성차별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사례들이 제거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여협은 지난 대선 기간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폐지 반대'에서 '개편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아래는 윤석열 대통령 축사 전문.
<윤석열 대통령, 제58회 전국여성대회 축사>
전국의 여성 단체장과 500만 여성단체협의회 회원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제58회 전국여성대회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오늘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허명 회장님과 준비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1959년 창립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여성단체들 간에 화합을 도모하며 여성의 권익 증진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우리 대한민국 근대화, 그리고 산업화의 주역들입니다. 1950년대 6.25전쟁 이후에는 나라가 폐허가 돼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자녀들에게 새벽밥을 먹이고 공부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것을 기초로 해서 60년대, 70년대 우리가 고도성장으로 산업화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새벽에 나가는, 일터에 나가는 남편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든든하게 아침을 해 먹이고 자녀들을, 많은 자녀들의 도시락을 다 준비하고, 옷도 짓고/ 이렇게 쉴 새 없이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산업화를 묵묵하게 뒷받침했습니다. 그 가운데에도 많은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교육, 의료, 과학, 사회 활동에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을 했고, 본격적으로 80년대 이후에는 대다수의 많은 여성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우리 산업화된 대한민국에 본격적인 주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과거 이 교육을 통해서 각 분야에 여성 전문가들과 인력이 배출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용기와 열정으로 헌신하는 여성 기업인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번영의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여성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더 적극적이고 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외순방을 다녀보면 수 많은 여성 정상들은 물론이거니와 여성 기업인, 정치인, 여성 관료 등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상회담에 상대국 배석자 전원이 외교, 경제, 홍보 이 모든 분야의 배석자 전원이 여성인 경우도 심심치 않았습니다.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 그리고 불굴의 투지로 뛰고 있는 우리 여성 기업인들, 제가 만날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이제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단순히 양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넘어서 주도적인 역할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는 돌봄과 육아에 확실히 재정을 투입해서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교육에 있어서도 획일화된 교육을 지양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제공하여 여성들이 자기의 적성과 특기에 맞는 그런 분야를 선택해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제공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면한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와 같은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여성의 잠재력과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답을 내는 과정에서, 또 대립하는 이해당사자 간에 갈등을 조정하는데 있어 섬세하고 치밀한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는 우리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제58회 전국 여성대회를 축하드리며, 여러분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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