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000시간 일 않고 돈 받은 공기업…노조에 제네시스 준 기업도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1. 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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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자회사인 A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노조 전임자를 12명까지 둘 수 있지만, 지난해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포함해 총 125명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이용했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과 사내 근로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의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인원과 시간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한도가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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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업체, 노조위원장 연봉 600만원 더 줘
공공기관, 노사가 이면 합의해 근로시간 면제 인원·시간 초과

공공기관 자회사인 A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노조 전임자를 12명까지 둘 수 있지만, 지난해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포함해 총 125명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이용했다. 반도체 제조업체 B사는 노조위원장에게만 기본급을 600만원 올려주고, 1800만원 상당의 차량과 연간 600만원 정도의 유지비를 지원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과 '운영비 원조'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2일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 원조 기획근로감독’ 결과 점검한 62개 사업장 중 39곳에서 이같은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위법 사항은 근로시간면제 한도 초과나 위법한 운영비 원조 등 부당노동행위 36건, 위법한 단체협약 11건, 단체협약 미신고 8건이다.

고용부는 지난 9월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고, 이날 발표한 것은 중간 결과다. 고용부는 지난 5~8월 노조가 있는 사업장 480곳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면제 제도 현황을 조사해 13.1%(63곳)에서 위법·부당한 사례를 발견해 후속조치로 근로감독을 벌였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과 사내 근로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의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노조는 노동조합법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회사 업무가 아닌 노조 일만 하면서 급여를 받는 전임자를 둘 수 있다.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인원과 시간은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한도가 정해진다. 조합원이 99명이 이하면 연간 최대 2000시간, 500~999명이면 최대 6000시간 등이다. 파트타임 인원은 풀타임 전임자의 2~3배를 초과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근로시간면제자를 사전에 지정하지 않고 사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원 한도(32명)의 10배인 311명이 근로시간 면제 적용을 받았다. 파트타임으로 근로시간 면제를 받은 181명에 대해서는 면제 시간에서 차감하지 않아 시간 한도(3만800시간)도 약 1만8000시간을 초과했다.

C 공공기관은 노사가 이면 합의해 근로시간면제자 한도(12명)를 초과한 28명이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했다. 면제시간 한도(1만2000시간)도 1000시간 넘게 초과했다. 전체 사업장이 아닌 공장별로 면제자를 운영해 면제자 수를 늘린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도 있었다.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운영비 원조 사례로는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체인 D사가 적발됐다. 이 회사는 노조에 제네시스와 그랜저 등 고급 승용차 10대 렌트비 약 1억7000만원과 유지비 연간 7000만원을 지원했다. 노조 사무실 직원 급여와 간부 직책 수당, 차량 등 총 10억4000만원을 지원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도 있었다.

고용부는 점검 결과 위법으로 드러난 사항에 대해 사업장에 시정 지시를 하고, 불응하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공공부문에서 드러난 위법 사항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노사 법치는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라며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위반 등의 불법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달 말까지 140개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이어가고, 향후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근로감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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