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못 한 저축은행, 중앙회 예치만 8조 쌓였다

정태현 2023. 11. 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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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예치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반 중앙회 예치금은 저축은행이 자금 상황에 맞춰 한도 없이 자유롭게 예치하는 자금이다.

일반 예치금을 받은 중앙회는 국고채에 투자하거나 시중은행 등에 맡긴 뒤, 운용 수익을 저축은행에 돌려준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을 하지 못해 생긴 여유 자금을 중앙회에 예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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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준 전년比 3조 급증…대출 5조 감소
"대출은 부실 위험 커…여윳돈 중앙회 예치"

[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저축은행중앙회 예치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출을 공급하지 못하며 생긴 여유 자금이 계속 쌓인 영향이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에 예치한 금액은 총 12조6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9조6000억원 대비 3조원370억원(31.6%) 급증했다. 일반 예치금이 4조9600억원에서 8조1100억원으로 3조15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22~2023년 저축은행중앙회 예치금 추이. [그래프=아이뉴스24]

중앙회 예치금에는 지급준비 예치금과 일반 중앙회 예치금이 있다. 저축은행은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중앙회에 지급준비 예치금을 적립하고 있다. 일반 중앙회 예치금은 저축은행이 자금 상황에 맞춰 한도 없이 자유롭게 예치하는 자금이다. 예치 의무는 없다.

일반 예치금을 받은 중앙회는 국고채에 투자하거나 시중은행 등에 맡긴 뒤, 운용 수익을 저축은행에 돌려준다. 중앙회가 제공하는 일반 예치금 금리는 상반기 기준 3.5~3.7% 수준이다. 전년 동기 2.1~2.2% 대비 1.5%포인트(p)가량 높아졌다.

일반 예치금이 급격히 늘어난 건 대출 영업 여건이 빠르게 악화한 영향이다. 조달 금리가 상승하며 수익성이 감소한 가운데, 차주들의 상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부실률도 높아졌다.

대출업에선 대손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걸 고려하면, 예치금 운용이 위험 대비 수익성은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권 예대금리 차는 4.72%다. 안전한 예치금 금리와 1%p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대손비용도 고려하면 예치금 금리와 격차가 더 좁혀지거나, 되려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상반기 기준 4000억~5000억원가량을 중앙회 예치금으로 운용 중이다. 대출을 1년 새 6000억원가량씩 줄인 영향이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을 하지 못해 생긴 여유 자금을 중앙회에 예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리하게 대출해 부실이 발생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라며 "수신에 대한 이자도 지급해야 하다 보니, 대출을 줄여 생긴 자금을 그냥 두지 않고 중앙회에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79개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은 총 109조3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14조5300억원 대비 5조1500억원 급감했다. 중금리대출만 1조5700억원 줄었다. 중금리대출은 신용평가 점수 하위 50%인 차주에게 내주는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으로, 사잇돌2 등 정책상품도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대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개인 연체채권을 민간 부실채권(NPL) 매입 회사에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NPL 매각이 활성화되면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기 용이해진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저축은행 NPL을 민간 업체에도 매각할 수 있게 허용했지만, 저축은행과 매입 업체 간 가격 조율이 4개월가량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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